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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PR 주장 박지성, 도전은 시작됐다

신창범 기자

기사입력 2012-08-19 10:09 | 최종수정 2012-08-19 14:57




프리미어리그 QPR(퀸즈파크레인저스) 유니폼을 입은 박지성(31)이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박지성은 20일(한국시각) 새벽에 끝난 2012-2013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개막전 스완지시티와의 홈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주장 완장을 찼고, 미드필더로 뛰었다. 영국 런던 로프터스 로드 스타디움엔 1만8072명의 관중이 찾아 개막전은 매진됐다. 홈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받았지만 QPR은 0대5로 대패했다. 충격이었다. 홈 팬들은 후반 초반 0-3으로 밀리자 야유를 보냈고, 일찌감치 자리를 떠났다. 박지성에게도 충격파는 만만치 않아 보였다.

박지성은 지난 7년간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서 뛰었다. 프리미어리그 상위팀인 맨유는 패배보다는 승리가 많은 팀이다. 경기로 인해 스트레스 받는 일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시즌 박지성은 경쟁에서 밀리면서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다.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박지성은 명예를 버리고 출전을 약속한 QPR과 전격 계약했다. 개막전서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박지성에겐 많은 과제와 도전을 남겼다.

주장 완장의 압박

박지성은 이날 고군분투했다.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했다. 시세와 마키 투톱 아래서 공수를 조율하고 팀 전체를 지휘하는 역할이었다. 사령관으로서의 임무 수행은 나쁘지 않았다. 경기를 지켜본 BBC 기자는 "박지성의 움직임이 놀랍다"며 "박지성으로 인해 QPR이 지난해 보다 훨씬 활기찬 플레이를 한다"고 평가했다. 사령관답게 적시적소에 등장하는 노련함이 돋보였다. 여유도 있었다. 힘을 써야할 때와 아껴야 할 때를 구분해 완급을 조절하는 모습이었다. 특유의 전방 압박으로 볼을 뺏어낸 뒤 공격 진영으로 볼을 연결하거나 공간을 만들어내는 플레이도 여전했다. 몇차례 위협적인 패스로 상대 수비를 흔들어 놓았다.

하지만 '주장'으로 팀 전체를 아우르는 존재감을 보이기까지는 시간이 좀더 필요해 보인다. 팽팽하던 분위기는 전반 8분 선제골을 허용하면서 깨졌다. 그나마 잘 버티던 수비 라인이 후반 초반 추가골을 허용하면서 완전히 무너졌다. 세 번째 골을 내주고 난 뒤에는 사실상 팀 전체가 붕괴됐다. 개인 플레이가 속출했고, 패스미스가 잦아졌다. 상대의 원터치 패스에 의한 역습에 쉽게 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팬들이 야유를 보낸 이유도 똑같은 장면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이럴 때 중심을 잡아주는 것이 박지성의 몫이다. 현지 언론인 '스카이스포츠'가 박지성에 대해 "큰 특색을 보이지 못했다"며 평점 5점을 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마크 휴스 감독은 박지성을 주장으로 지목하기에 앞서 그가 가진 풍부한 경험을 높이 평가했다. 한국 대표로 세 차례나 월드컵에 참가하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7년간 활약하면서 쌓은 위기 관리 능력을 기대한 것이다.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박지성의 어깨가 무거운 것은 사실이다.


QPR엔 루니가 없다

박지성은 지난 10년 간 PSV 아인트호번(네덜란드), 맨유(잉글랜드) 같은 리그 내 최강팀에서만 뛰어왔다. 두 팀 모두 리그 내 최고 수준의 스타들을 보유했다. 이들은 문전에서의 해결 능력이 탁월했다. 박지성의 능력이 돋보였던 이유도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QPR에서는 다르다. 지난 시즌 챔피언십에서 승격했지만 17위에 그치며 강등권에서 겨우 살아남은 팀이다.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대대적으로 선수를 보강했지만 개막전에서 확인했듯 확실한 해결사가 없다. 이날 스트라이커로 투입된 시세는 제대로 된 슈팅을 한번도 날리지 못한 채 후반 중반 교체됐다.

QPR의 올시즌 목표는 중위권 진입이다. 실제로 이기는 것보다는 지는 게 더 익숙한 팀이다. 박지성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패전의 악몽을 겪을 가능성도 높다.

QPR이 거액을 들여 박지성을 영입한 가장 큰 이유는 동료들에게 승리의 경험을 전하며 목표 의식을 심어주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장까지 맡긴 것이다. 맨유에선 자기 관리만 철저하게 하면 됐다. 그러나 QPR에선 박지성 본인 뿐만 아니라 팀까지 생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런 부담감까지 극복해야 한다.

박지성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런던=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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