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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도 'A매치 같지 않은 A매치'의 후폭풍을 맞았다.
사실 부상이 이만한 것이 다행이었다. 잠비아전이 열린 안양종합운동장은 프로팀은 물론 아마추어팀도 사용하지 않는 경기장이다. 잔디 상태가 엉망이었다. 운동장 시설 점검을 다녀온 축구협회의 한 관계자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였다. "당일 운동장 잔디가 양호한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운동장 곳곳에 골프장 페어웨이로 사용하는 잔디가 심어져 있더라. 잘못하다간 선수들이 심각한 부상을 입을 수 있었다. 축구를 할 수 있는 잔디로 교체를 했지만, 이 곳에서 경기를 한다는 것은 무리수였다"고 한탄했다.
축구협회의 좌충수에 애꿎은 선수들만 희생양이 된 셈이다. 개최지도 처음부터 안양이 아니었다. 협회는 광주 등 몇몇 후보 도시를 선정, 지방에서 치르려고 했다. 그러나 지방 협회에서 모두 난색을 표했다. 바로 협회의 즉흥 행정때문이었다. 적어도 지방에서 A매치가 열리기 위해선 1년 전부터 예산이 잡혀있어야 한다. 시즌 중 갑자기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그러나 협회에는 올해 지방 개최에 대한 계획이 없었다. 그나마 협회 내부의 강력한 반대로 올해부터 지방 개최가 추진됐다. 협회는 A매치 상대국들이 지방 이동을 꺼려했고, 해외파의 컨디션 유지, 지자체의 미온적 태도, 입장 수입 등이 맞물려 서울 및 수도권 개최를 고수해왔다고 하지만 중요한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축구 수뇌부의 의전때문이었다. 결국 협회의 무계획에 피해를 본 것은 K-리그요, K-리그 선수들이었다.
전주=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