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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의 목표는 가장 높은 곳입니다."
4강전에서 브라질에게 지기는 했다. 하지만 태극전사들은 자신감이 넘친다. 한국 축구사에서 그 누가 이렇게 당당하면서도 야심찬 목표를 입밖으로 낼 수 있었을까. 그동안 한국 축구의 주된 목표는 대개 최선을 다하고 2라운드에 진출하는 것 정도에 그쳤다. 판박이였다.
남들과는 다르다
그동안 한국 축구에서 올림픽대표팀은 새 시대의 상징이었다. 1996년 애틀랜타 대회부터 23세 이하의 선수들만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게 됐다. 올림픽대표팀은 A대표팀보다 경험이 부족하지만 그만큼의 패기를 갖추고 있다. 그 나라 A대표팀의 향후 5~10년 정도 뒤 모습을 미리 보고 싶다면 올림픽대표팀을 주목하면 된다. 이들 올림픽대표팀 선수들을 가리켜 'ㅇㅇ세대'라는 이름표를 붙였다.
그동안 한국에는 'ㅇㅇ세대'가 있었다. 이동국 등이 나선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는 '시드니 세대'였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김호곤 감독의 지도 아래 8강에 올랐던 대표팀은 '아테네 세대'라고 부른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한 팀은, 당연히 '베이징 세대'다. 저마다 축구팬들의 큰 기대를 받았지만 결국 흐지부지됐다.
하지만 이번 '런던세대'는 다르다.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결과만이 아니다. 경기를 풀어가는 과정이 확실하다. 패스 위주로 볼점유율을 높인채 상대를 공략한다. 경기 결과와 내용면에서 앞선 선배들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1989년생부터 1991년생으로 이루어진 이들은 2002년 한-일월드컵의 혜택을 많이 본 세대다. 2002년 당시 이들은 고학년 초등학생 혹은 중학생이었다. 월드컵 덕택에 만들어진 잔디 구장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받았다. 2002년 한-일월드컵 멤버들의 플레이를 보며 꿈을 키웠다.
감독에게 주어진 충분한 시간
또 다른 성공 비결은 '충분한 시간'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2009년 2월부터 이 선수들을 맡았다. 2009년 이집트 청소년(20세 이하) 월드컵을 비롯해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을 거쳤다. 그 사이 오랜 기간 내내 홍 감독이 자리를 지켰다. 선수들은 감독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동안의 소집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았음에도 선수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일관된 플레이를 펼쳤다. 모두 감독의 임기가 충분히 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보완할 점도 있다. 경험이다. 기성용과 구자철, 지동원 등 유럽파는 그나마 국제무대 경험이 풍부하다. 나머지는 경험이 다소 떨어진다. 이 부분에서 발전을 거듭해야 한다. 유럽무대에 일찍 나서거나 K-리그에서 주전을 차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기에만 나선다면 경험을 확실하게 쌓을 수 있다.
맨체스터(영국)=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