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마디로 '무시'다.
영국 내 그 누구도 홍명보호를 주목하지 않았다. 영국인들 눈에 홍명보호는 그저 4강전행을 위해 찍고 지나가는 작은 점에 불과하다.
2일 새벽(이하 한국시각) 영국과 우루과이의 경기가 끝난 직후 한국에 대한 무시는 더욱 노골적이었다. 진행자나 패널들이나 모두 4강전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큰 브라질 이야기만 했다. 한국에 대한 전력 분석은 없었다. 주요 선수 소개도 없다. 그저 "한국과 5일 새벽 카디프의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8강전을 가진다"정도만 이야기하고 있다.
경기 다음날 발행된 영국 현지 신문들 속에도 한국은 없었다. 다니엘 스터리지의 결승골 사진과 함께 자국 선수들에 대한 평가만 즐비했다. 한국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소제목 정도에 한국과 4강 진출을 놓고 맞붙게 된다 정도만 있었다.
최악의 상대
영국의 전력은 어느정도일까. 객관적으로 봤을 때 선수 개개인의 능력에서 한 두수 위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선수들로 구성됐다.
최전방은 화려하다. 볼턴 시절 이청용의 동료이자 첼시의 신성인 스터리지가 최전방에 서 있는 가운데 그 뒤를 크레이그 벨라미(리버풀) 라이언 긱스(맨유) 아론 램지(아스널) 등이 받치고 있다. 벨라미와 긱스의 측면 돌파는 세계 최정상급이다. 중앙에서 풀어나가는 능력도 좋다. 램지와 톰 클레베리(맨유) 조 앨런(스완지)로 이어지는 중앙 미드필더라인은 영리하면서도 축구 감각이 뛰어나다.
중앙 수비라인을 책임지고 있는 마이카 리차즈는 소속팀 맨시티의 리그 우승을 이끈 주인공이다. 스완지의 스티븐 코커가 리차즈의 든든한 파트너다. 닐 존 테일러(스완지)와 라이언 버트랜드(첼시)가 좌우 풀백으로 나선다. 공격 가담능력과 수비 능력을 동시에 갖추었다. 골문은 버밍엄시티에서 뛰고 있는 잭 버틀랜드가 지키게 된다.
개인적 능력에 경험이 가미됐다. EPL에서 뛰면서 세계적인 선수들을 많이 상대했다. 영국 잔디와 기후에 대한 적응력도 높다. 여기에 영국은 이동에 따른 체력 감소가 없다. 우루과이와의 조별리그 3차전에 이어 8강전도 카디프의 밀레니엄스타디움에서 치른다.
홍명보호로서는 최악의 상대를 만나게 됐다.
최악의 장소
경기가 열리는 밀레니엄 스타디움 역시 최악의 장소다. 수용 규모는 7만 4500명이다. 당연히 만원 관중이 들어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카디프는 웨일스의 수도다. 웨일스는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와 다르게 영국 단일팀에 합류했다. 웨일스의 영웅 긱스와 신성 램지가 팀에 포함되어 있다. 이들이 뛰는 모습을 보기 위해 웨일스 팬들이 대거 몰려올 것으로 보인다. 영국 팬들의 열성은 세계 최고급이다. 폭력성을 갖춘 팬들도 있다. 영국에게는 큰 힘이, 홍명보호에는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영국이 갖게될 홈어드밴티지도 부담스럽다. 영국은 2006년 독일월드컵 당시 독일인들이 하나가 되는 모습을 봤다. 이번 축구 단일팀을 통해 영국의 화합을 꾀하려 한다. 또 영국은 축구 종주국이다.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올림픽도 예외일 수 없다. 국제축구연맹(FIFA) 입장에서도 대회 흥행을 생각하면 홍명보호보다 영국이 올라가는 것이 좋다. 언제든지 심판들이 석연치않은 판정을 할 여지가 많다. 페널티에어리어 내 사소한 몸싸움 하나가 페널티킥을 불러올 수 있다. 홍명보호 수비수들로서는 작은 몸싸운 하나라도 조심해야 한다.
희망은 있다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영국은 홍명보호를 얕보고 있다. 방심은 큰 화를 부른다. 홍명보호는 그 방심의 틈새에 침투해야 한다.
무기는 홍명보 감독이 강조하는 '팀'이다. 홍명보호는 오랜 시간 준비해왔다. 2009년 이집트청소년월드컵(20세 이하)에서부터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을 거쳐 여기까지 왔다. 그 사이 한 팀이 됐다. 조직력에서 영국에 앞선다. 홍 감독은 '팀의 힘'을 경험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팀의 힘으로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 강팀들을 물리쳤다. 홍명보의 아이들도 2002년을 보고 성장했다. 10년전 TV에서 봐왔던 꿈을 이제는 자신들이 일구어낼 때다.
런던=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