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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충돌하면 드라마다.
벼랑 끝 혈투다. 무승부는 없다. 한 팀은 눈물을 흘린다. 전후반 90분동안 희비가 엇갈리지 않으면 연장전을 치른다. 연장전에도 승부가 나지 않으면 승부차기를 갖는다.
승패를 떠나 라이벌이라 행복한 두 팀이다. 서울-수원전은 A매치를 능가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는다. 최고대 최고의 대결, 명불허전이다. 절정에 올라있다. 올시즌 K-리그 선두 자리를 주고 받고 있다. 현재 1위는 서울(승점 34)이다. 수원은 승점 33점으로 3위에 포진해 있다. 승점 차는 불과 1점이다.
FA컵은 차원이 다른 무대다. 흥미는 반감되지 않는다. 매력이 넘친다. 두 팀은 FA컵에서 3차례 격돌했다. 라이벌전답게 모두 '신의 룰렛 게임'인 승부차기에서 운명이 결정됐다. 서울이 2승1패로 앞서 있다. '양보'란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스토리 라인도 한층 탄탄해졌다. 복잡하게 얽혀 있어 더 눈길을 끈다.
두 사령탑의 끝나지 않은 전쟁
윤성효 수원 감독(50)과 최용수 서울 감독(41)의 관계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빼도 박도 못하는 직속 선후배'다. 중-고교-대학의 추억을 공유하고 있다. 동래중-동래고-연세대 출신이다. 장내에서 치열하게 대결하지만 장외에서는 허물이 없다.
윤 감독은 '서울 킬러'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최근 서울전 4연승이다. '승점 자판기'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윤 감독은 칼을 감췄다. 승자의 여유가 흐른다. 반면 9년 후배 최 감독은 절박하다. 지난해 감독대행으로 한 차례, 올시즌 대행 꼬리표를 뗀 후 한 차례 수원과 만났다. 2전 전패다. 삼 세판이라고 했다. 한 번 더 지면 라이벌이 아니라며 배수진을 쳤다. "두 번을 졌기 때문에 더 이상 자존심이 허락을 안한다. 세 번 질 수는 없다. 또 패하면 라이벌전의 희소성이 떨어진다. 서로 경쟁을 할 수 있는 균형을 맞춰야 한다. 수원전에 모든 것을 쏟아낼 것이다."
데얀-몰리나와 라돈치치-스테보
서울의 최고 무기는 '데몰리션 콤비'다. 데얀과 몰리나의 화력은 단연 으뜸이다. 올시즌 서울이 기록한 23골 중 18골을 둘이 합작했다. 그러나 수원만 만나면 위력이 떨어졌다. 지난해 몰리나가 서울에 둥지를 튼 후 둘이 수원전에서 기록한 공격포인트는 '제로'다. 3차례의 대결에서 0대2, 0대1, 0대2로 차례로 패했다. 그래도 흔들림은 없다. 수원도 둘만 봉쇄하면 쉽게 이길 수 있다고 한다. 최 감독은 반박했다. 그는 "내가 경기를 지켜보면서도 데얀과 몰리나를 어떻게 막아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번 경기서는 쉽게 막아내지 못할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데얀도 "수원전에 부진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털어내고 싶다. 단판 승부인 만큼 한 팀은 떨어지게 돼 있다. 수원이 떨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원의 라돈치치-스테보의 칼끝도 매섭다. 라돈치치가 올해 수원으로 이적하면서 새롭게 출발했다. 4월 1일 대결에서 둘은 쐐기골을 합작했다. 스테보가 골, 라돈치치가 도움을 기록했다. 스테보는 서울전에 유독 강하다. 2경기 연속골을 터트리고 있다. 외국인 선수들간의 전쟁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라이벌전의 색다른 묘미는 변수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했다. 4월 1일 올시즌 첫 만남에서 수원은 '북벌 2012 기획 영상, 승점 자판기', '북벌 2012 기획 영상 만우절 매치'로 서울을 조롱했다. 서울이 19일 맞불을 놓았다. '반칙왕 수원! 왕중왕 스테보! 반칙 작전 따위 던져 버리고. 제대로 한판 붙자!'라는 내용의 영상을 공개했다. 수원은 K-리그 10라운드를 전후해 가장 많은 파울을 기록한 팀으로 나타났다. 스테보는 '살인 무기'로 도마에 올랐다. 올시즌 고요한(서울)과 에벨찡요(성남)의 발을 밟아 부상의 늪에 빠지게 했다. 스테보는 4월 28일 성남전 후 사후 징계로 2경기 출전 정지를 받은 바 있다.
색다른 묘미는 변수다. 신경전이 점입가경이다. 선수들이 흥분할 경우 의외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체력적인 부담도 철저하게 계산해야 한다. 14일부터 사흘마다 한 경기씩을 치르고 있다. 완급 조절을 통해 경기를 지배하는 팀이 최후에 웃을 수 있다.
서울과 수원, 수원과 서울, 라이벌전의 주사위는 던져졌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