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는 최상, 홍명보 감독은 최악의 조, 왜?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2-04-29 09:03 | 최종수정 2012-04-29 11:11



무난한 조편성이었다. 껄끄러운 개최국 영국과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 세계 최강 스페인을 피했다. '최상의 조'라는 평가에 이견은 없었다.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정반대였다. 조추첨식 참석에 이어 조별리그를 치를 뉴캐슬, 코벤트리, 런던 웸블리 구장을 점검한 후 28일 귀국한 홍 감독은 "최악의 그룹"이라고 분석했다.

왜 일까. 엄살일까, 현실이 그럴까.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홍 감독의 답변 속에는 기술적, 정신적인 부분이 함께 녹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홍명보호는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꿈꾸고 있다. 한국 축구는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멕시코-스위스-가봉과 함께 B조에 편성됐다. 난적도 없지만, 쉬운 상대도 없다. 상대팀도 최상의 조로 생각하고 있다. 동상이몽이다.

함정이다. 물고 물리는 접전이 예상된다. 긴장의 끈을 놓는 순간 8강 진출은 물건너갈 수 있다. 어중간한 성적으로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할 수 있다. 홍 감독이 '최악'이라 규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토너먼트에서 가장 강한 팀, 약한 팀이 있으면 중간에 있는 팀은 승점 4점으로 8강행이 가능하다. 그런데 우리는 승점 6점은 따야 안심할 수 있는 조에 속했다. 스페인, 브라질 같은 팀이 3승을 하면 1패가 의미가 없는데 우리 그룹은 1패의 영향이 크다"고 경계했다. 1승1무1패(승점 4)는 불안하고, 최소 2승1패(승점 6)는 해야 8강 진출이 가능하다는 기술적인 계산이다.

선수들을 향한 메시지도 담겨 있다. 홍 감독은 종종 인터뷰를 통해 '경고음'을 전하다. 그라운드를 누벼야 할 선수들이 시작도 하기 전에 자만에 빠질 경우 기초가 부실해진다. '최상의 조'라 생각하면 정신력이 해이해 질 수밖에 없다. "최악의 그룹"이라는 말속에는 '긴장과 채찍, 경쟁'이 함께 춤을 추고 있다.


"북중미 예선을 봤다. 멕시코는 개인 기량이 뛰어난 팀이다. 와일드카드에 좋은 선수들이 합류하면 더 좋은 팀이 될 것이다. 스위스는 정보를 아직 얻지 못했지만 좋은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로 구성돼 기본이 탄탄한 것 같다. 여느 유럽팀 못지 않은 팀이라고 생각한다. 가봉은 핌 베어벡 감독(모로코 올림픽대표팀) 얘기도 들었고 비디오도 봤는데 피지컬, 스피드 모두 뛰어나더라. 모로코전 보니 포기하지 않는 근성이 인상적이었다." 홍 감독의 머릿 속은 상대팀들로 이미 채워져 있었다.

갈 길이 바쁘다. 상대에 맞는 선수 구성도 해야한다. 그는 "우리 선수들이 컨디션이나 정신적인 부분에서 어느정도 올라오는지 지속적으로 체크할 것이다. 유럽에서 뛰는 선수의 경우 휴식기에 언제 합류할 수 있는지 여부를 아는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경기를 치를 경기장과 이동경로에 대해서는 만족감을 표시한 홍 감독은 "'국민께 선물 주고 싶다'는 말을 지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남은 기간동안 준비 잘하겠다. 우리는 어려운 여건을 잘 넘어왔다. 선수들을 믿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홍 감독의 올림픽은 이미 시작됐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