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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다. TV중계 카메라는 손흥민(20·함부르크)만 쫓았다. 캐스터도 "흥민 손"을 연발했다. 사진 기자들도 손흥민에 초점을 맞추었다. 홈관중들은 라커룸을 향하는 손흥민을 향해 기립박수를 쳤다. 손흥민은 14일 독일 함부르크 임테흐 아레나에서 열린 함부르크와 하노버와의 독일분데스리가 31라운드 경기의 주인공이었다.
지난해 10월 16일 프라이부르크와의 9라운드 이후 6개월만에 터뜨린 골이이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다. 시즌 초반은 펄펄 날았다. 프리시즌에서 18골을 몰아쳤다. 독일 언론 선정 프리시즌 베스트 11에도 들었다. 프라이부르크전까지 7경기에서 3골을 넣으며 팀 공격 중심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손흥민의 핑크빛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10월 팀에 새로 부임한 토어스텐 핑크 감독(45)때문이었다. 핑크 감독은 손흥민을 팀 내 3~4번째 공격 옵션으로 분류했다. 지난해 12월 4일 뉘른베르크와의 15라운드 홈경기에서 선발출전한 뒤 13경기 연속 교체출전하는데 그쳤다. 평균 출전 시간은 17분에 불과했다. 물론 이 기간 기록한 공격포인트는 '0'이었다.
어린 손흥민에게는 정신적으로 큰 충격이 될 수도 있었다. 전례가 있었다. 2010~2011시즌이었다. 손흥민은 프리시즌 맹활약했다. 특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강호 첼시를 상대로 골을 넣으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전반기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7경기에 나서 3골을 몰아쳤다. 당시 A대표팀을 맡고 있던 조광래 감독(58)의 눈에 들어 아시안컵도 다녀왔다. 하지만 2011년 카타르아시안컵 이후 페이스가 뚝 떨어졌다. 후반기에는 단 한골도 넣지 못했다. 자기자신에 대한 실망이 컸다.
올 시즌도 같은 패턴이었다. 답은 훈련밖에 없었다. 묵묵히 땀을 흘렸다. 팀 훈련이 끝나면 슈팅 훈련에 매진했다. 웨이트트레이닝에도 힘을 실었다. 훈련을 방해하는 것은 모두 끊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 활동도 멈추었다. 핑크 감독은 손흥민의 훈련을 지켜봤다. 핑크 감독은 시간이 날 때마다 손흥민에게 "출전 기회를 얻을 것이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희망을 잃지 않았다. 짧은 출전 시간에 실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경기 감각을 유지시켜주려는 감독의 배려라고 생각했다. 하노버전 시즌 4호골은 '훈련에만 매진한 노력의 결실'이었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현재 함부르크의 주전 스트라이커인 믈라덴 페트리치(31)는 올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난다. 또 다른 한 축인 파올로 게레로(28) 역시 미래가 불투명하다. 3월 슈투트가르트와의 경기에서 상대 골키퍼를 뒤에서 가격하며 8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핑크 감독은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게레로에 크게 실망한 상태다. 주전 투톱이 불안한 상황에서 손흥민은 멋진 골을 터뜨렸다. 함부르크 차세대 스트라이커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심어놓았다.
A대표팀 재승선의 가능성도 열었다. 지난해 10월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 춘천 유소년FC 감독(46)은 "함부르크에서 자리를 잡을 때까지 대표팀 차출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아버지로서의 걱정이 담긴 메시지였지만 여론은 요동쳤다. 이후 후반기 부진과 맞물리면서 A대표팀에서 손흥민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4월 말 최강희 A대표팀 감독이 독일을 방문한다. 현재 최 감독의 눈은 구자철(23·아우크스부르크)에게만 향해있다. 하지만 손흥민이 이번 4호골을 시작으로 다시 팀 내 주전 자리를 되찾는다면 최 감독도 마음을 돌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