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맹, 선관위보다 빠르 '재검표' 선언. 왜?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2-04-12 14:33


대구스타디움은 너무 크기 때문에 1만~2만명의 관중이 들어와도 썰렁해 보인다. 여기에 관중들은 작렬하는 태양을 피해 그늘로 숨어들어간다. 대구 관중들이 그늘을 따라 자리에 앉아 있다. 스포츠조선DB

11일 밤 총선 개표전은 흥미진진했다. 경기 고양 덕양갑등 몇몇 선거구에서는 재검표까지 가는 초박빙 승부를 연출했다. 재검표의 목표는 공정함이다. 혹시 있을 지 모를 누락표를 방지하고 정확한 득표수를 가리기 위해서다.

재검표는 비단 정치판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11일 K-리그에서 '재검표' 판정이 먼저 있었다. 이날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대구와 경남의 2012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7라운드 경기에서였다.

이날 경기 공식 관중수는 발표되지 않았다. 사정이 있었다. 대구의 관중 집계는 2가지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첫째는 입장권 확인이다. 입장권에 찍혀있는 바코드를 기계로 찍어 숫자를 센다. 여기에 관중들이 들어올 때 회수한 입장권을 다시 한 번 더 손으로 센다. 재확인이다.

두번째 방법은 출입문에서 관중들이 들어갈 때마다 숫자를 세는 방식이다. 만 65세 이상 노인과 미취학 아동, 국가 유공자와 현역병 휴가자 등은 무료입장할 수 있다. 이들은 입장권이 없다. 출입문에서 직접 세어야 정확한 숫자가 나온다. 두가지 방법 모두 티켓판매업체에서 대행한다. 관중수를 파악한 티켓판매업체는 구단과 프로축구연맹에 4900여명이 들어왔다고 보고했다.

연맹은 이 숫자에 동의하지 않았다. 4900여명보다 적다며 재검표의 뜻을 밝혔다. 물론 연맹도 대구스타디움의 특성을 잘 알고 있었다. 6만5000여석의 대규모 경기장으로 1만~2만여명이 들어차도 썰렁해 보인다.

여기에 대구는 국내에서 제일 더운 혹서지다. 4월의 태양은 강렬하다. 관중들이 모여있는 E석은 직사광선이 내리쬔다. 대부분의 관중들은 2층 좌석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1층 좌석 뒤쪽 그늘에 자리한다. 멀리서 보면 그늘에 가려 관중들이 잘 안보인다.

연맹이 재검표 결정을 내린 뒤에는 '정확한 측정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었다. 연맹은 올시즌부터 관중수 실계측을 표방했다. 당장 관중수가 줄어들더라도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했다. 의심의 싹은 미리부터 잘라버려야 했다. 이를 위해 보수적인 잣대를 가진 '악역'이 되어야만 했다. 대구 역시 연맹의 뜻에 따랐다. 올 시즌부터 정확하게 관중수를 계측하는만큼 당당히 재검표에 응했다.

연맹은 재검표 문제를 내부에서 상의한 뒤 조만간 정확한 관중수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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