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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리그 우승을 차지한 기성용(23·셀틱). 오랜 기다림이 있었기에 리그 우승의 맛이 더 달콤했다. 2008년 FC 서울이, 2010년과 2011년에는 셀틱이 리그 준우승을 차지했다. 네 번째 도전만에 정상에 오르며 준우승 징크스도 깼다. 우승 직후 동료들과 라커룸에서 샴페인 파티를 한 기성용이 7일(이하 한국시각) 이뤄진 서면 인터뷰를 통해 스포츠조선에 우승의 기쁨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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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은 리그 우승 커리어 이외에서 셀틱에서 두 가지를 더 얻었다. '경험'과 '사람'이다. 기성용은 2010년 1월 셀틱에 입단한 이후 부침을 겪었다. 공격력에 비해 수비력이 약하다는 평가 속에 벤치를 지키는 일이 많았다. 1년 사이 기성용은 유럽리그에 적응했다. 1m90이 넘는 장신을 이용한 과감한 태클, 정확한 장거리 패스로 무장한 '싸움닭'으로 변해 있었다. 두 시즌 만에 이뤄낸 성과다. 그리고 2011~2012시즌 기성용은 팀의 에이스로 거듭났다. 프리킥, 코너킥 등을 전담하며 올시즌 리그에서 6골 6도움(시즌 7골 7도움)을 올리며 팀내 득점 공동 4위에 랭크됐다. 유럽에 완벽하게 연착륙 했다. 기성용도 "아무리 축구를 잘하는 선수라도 완전히 다른 나라에서 새롭게 적응해야 한다는게 쉽지 않다. 나도 어려움을 겪었지만 유럽의 축구, 특히 영국의 축구 스타일과 문화에 적응을 하게 됐다"며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나는 아직 배울점이 많은 선수"라며 겸손함도 잊지 않았다. 기성용은 형제보다 더 형제같은 선배도 얻었다. 팀 동료 차두리(32)다. 기성용은 "아마 이제는 형제만큼 친한 선배"라고 차두리를 소개했다. 타국에서 홀로 있는 기성용에게 외로움을 잊게 해준 존재다. 또 스코틀랜드에서 부상과 주전경쟁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을 때 믿고 의지할 수 있었던 유일한 동료다. 그는 "아마 두리형이 없었다면 내가 스코틀랜드에 적응하는데 더 긴 시간이 필요했을 것 같다. 내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을 때 두리형이 나를 구해줬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외로움을 달래는 방법'을 묻는 질문에도 답변은 "두리형 집에 간다"였다. 차두리의 자녀 아인과 아일을 보며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도 가끔하지만 아직 이르다는 것이 기성용의 생각이다.
2012~2013시즌, 기성용에게 떨어진 숙제는 '큰 무대를 향한 도전'이다. 그는 "유럽 클럽대항전(유럽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고 싶다. 셀틱은 명문 구단이지만 최근 유럽 무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떤 유니폼을 입고 큰 무대에 나설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2014년 1월까지 셀틱과 계약이 돼 있지만 지난해부터 재계약 요청을 거절했다. 올시즌이 끝난 뒤 빅리그 이적이 유력해 보인다. 기성용은 조심스러웠다. "팀을 옮기는 것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게 없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아 얘기를 할 시점도 아닌 것 같다."
런던올림픽 출전에 대한 희망도 드러냈다. "나에게 출전 기회가 있을지 모르지만 런던올림픽은 또 하나의 도전이 될 것 같다. 꼭 출전하고싶은 대회다. 모든 결정은 홍명보 감독님이 내리실 것이다." 두 개의 큰 무대를 노리는 기성용의 꿈이 영글어 가는 2012년 4월이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