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대성-성민 '형제 첫 대결', 축구는 피보다 진했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2-04-08 20:16


1993년 집 앞에서 놀다가 한껏 포즈를 취한 형 하대성(뒤)과 동생 하성민.

축구는 피보다 진했다. 형제는 8일 생애 처음으로 적으로 만났다. 하대성(27·서울)이 아우 하성민(25·상주)을 안방으로 초대했다.

경기를 앞두고 하성민의 칼날이 더 매서웠다. "형, 상주 만만하게 보지 말고 준비 많이해. 내가 눈도 안 마주치고 거칠게 할 수도 있어. 욱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자존심을 건드렸다. 형은 정면대결을 피했다. 동생의 패기가 자랑스러운듯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경기의 일부분이니 사적인 감정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웃음) 다만 다치지만 않게 하자. 경기 끝나면 형 동생으로 돌아가게 되니까."

문이 열렸다. 경기전 악수를 교환할 때 주장 완장을 찬 하대성은 동생을 보자 시쳇말로 실실 쪼갰다. 동생은 애써 시선을 외면했지만 손끝에서 형제애를 느꼈단다. 하대성은 공격형, 하성민은 수비형 미드필더에 포진했다. 4~5차례 맞닥뜨렸다. 동생의 롤모델이 형이다. 늘 닮고싶은 존재라고 했다. 형만한 아우는 없었다. 하대성이 번번이 하성민을 따돌렸다. 하성민은 겉으로는 태연했지만 부담이 컸다. 형의 벽을 넘지 못하고 후반 13분 교체됐다. 동생은 그라운드를 쓸쓸히 빠져나갔다. 하대성은 동생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위로했다.

두 살 터울의 형제는 초-중-고교에서 함께 공을 찼다. 프로에서도 한솥밥을 먹었다. 2009년 전북에서 같은 유니폼을 ?恃駭? 2009년 하나은행 FA컵에서 나란히 선발 출전했다. 제주를 상대로 90분동안 중원에서 환상의 호흡을 펼치며 5대2로 대승했다. 형제는 두 손을 맞잡고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세월이 흘렀다. 운명은 엇갈렸다. 하대성은 지난해 서울로 이적했다. 하성민은 올시즌 상무에 입대했다.


하대성은 경기 후 "처음에는 어떨까. 정말 기분이 궁금했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니 아무 생각이 안나더라"며 "동생의 얼굴을 보니 웃음만 나왔다. 상대지만 동생과 함께 뛰니 기분은 좋았다"고 하얀 이를 드러냈다. 희비는 엇갈렸다. 결과는 형의 완승이었다. 서울이 상주를 2대0으로 물리쳤다. "90분 풀타임을 함께 뛰었으면 좋았을텐데 성민이가 중간에 교체돼 나가 미안했고 아쉬웠다." 형제애는 애틋했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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