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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과천 문원중과 고양 백마중의 경기. 키가 1m92인 백마중 공격수는 같은 신장을 가진 문원중의 수비수를 뚫어야 했다. 두 거구의 첫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둘은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유명했다. 또래 선수들보다 무려 20~30㎝가 더 컸기 때문이다. 서로의 존재는 파악하고 있었다. '너처럼 키가 큰 선수가 다른 학교에도 있다'라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통해서다. 동질감을 느꼈다. '동갑내기 절친' 김신욱(울산)과 유종현(광주·이상 24)의 스토리다.
김신욱은 메신저를 통해 유종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자신이 공격수로 전향했으니 공격에 대한 부분을 조언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유종현은 "신욱이가 프로에 가자마자 공격수로 전향했다며 '공격에 대해 알려달라'고 그러더라. 그런데 당시 신욱이는 프로선수였고, 난 아마선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조언했으면 부끄러웠을 것 같다. 신욱이는 공격수로 바꾼 뒤 태극마크도 달아봤고 잘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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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가 된 뒤 둘의 관심사는 이제 키와 몸무게가 아니다. 외모로 바뀌었다. 서로 상대방이 못생겼다고 놀려댄단다. 유종현은 "내가 신욱이에게 '왜 이렇게 못 생겼냐'고 놀리면 신욱이도 '네가 어떻게 그런 말을 나한테 할 수 있냐'며 맞불을 놓는다"고 말했다.
둘은 서로에게 힘이되는 벗이다. 특히 유종현은 김신욱과 함께 대표선수로 활약하는 꿈을 꾼다. 유종현은 "키가 큰 신욱와 내가 공격과 수비에 같이 서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곤 한다"고 했다.
둘은 오는 8일 올 시즌 처음으로 충돌한다. 무대는 광주월드컵경기장이다. 지난시즌은 김신욱의 압승이었다. 울산은 컵대회를 포함해 2승1무로 광주에게 단 한번도 패하지 않았다. 김신욱은 지난해 5월 11일 컵대회 조별리그에서 2골을 터뜨려 1골을 넣은 유종현에 판정승을 거뒀다. 그래서 유종현은 이를 악문다. 이번만큼은 김신욱에게 골을 허용하고 싶지 않단다. 유종현은 "친구에게 골을 내주면 자존심이 상할 것 같다"고 웃었다. 일단 주심이 경기 시작 휘슬을 불면 친구 사이는 잠시 접어둔다. 유종현은 "내가 강하게 밀어붙이면 신욱이가 '너무 세게 하는 것 아니냐'며 불평을 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나 경기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등을 두들겨주고 악수를 하는 둘이다. 두 거구의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는 광주-울산전을 보는 또 하나의 볼거리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