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벌'은 완수했다. 그러나 또 다른 임무가 남아 있다.
반나절 생활권 시대에 원정길이 대수냐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오후 5시에 열리는 전남전을 마치고 버스로 4시간이 넘게 이동을 해야 한다. 경기 후 빨리 정리를 하고 바로 출발한다고 해도 경기도 화성 클럽하우스에 도착하기까지 반나절의 시간이 소요된다. 11일 포항전이 오후 1시에 열리는 점을 생각해 보면 준비 기간은 단 이틀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이어지는 대구전이 다시 안방에서 열리는 것이 그나마 다행스럽긴 하지만, 피로누적이 불가피한 강행군이다.
상대팀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리그 초반 무승 부진에 시달리던 전남은 최근 이종호와 심동운 등 '광양의 아이들'이 살아나면서 분위기를 끌어 올리고 있다. 수원만 만나면 힘을 내는 골키퍼 이운재의 존재도 부담스럽다. 수원은 지난해 이운재가 버틴 전남에 2연패를 당했다. 포항은 언제나 맞대결이 껄끄러운 팀이다. 올 시즌에는 리그 개막전에서 울산에 석패한 뒤 4경기 연속 무패를 달리고 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는 분요드코르(우즈베키스탄)에 안방에서 완패를 당했으나, 이어진 애들레이드 유나이티드(호주)전에서 승리하면서 기세를 이어갔다. 최근 울산과 전북을 연달아 꺾은 대구 역시 경계대상이다. 모아시르 감독 체제에서의 정보 부족이 윤 감독 입장에선 신경 쓰일만 하다. 서울전에서 승리한 뒤에도 안심하지 않은 이유는 이런 일정 때문이다. "4월에는 중요한 경기가 많다. 4월을 잘 넘겨야 선두권에서 치고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팀 분위기는 좋다. 자신감에 가득 차 있다. 제주에 일격을 당하면서 처졌던 흐름이 서울전 완승을 계기로 살아났다. 단순히 타 팀에 비해 전력 면에서 앞서서 생긴 분위기가 아니다. 지난해 리그와 FA컵,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모두 우승문턱에서 넘어진 아픔이 성숙하는 계기가 됐다. 개인주의를 벗어던지고 진정한 팀으로 거듭났다. 새롭게 보강한 라돈치치와 에벨톤C, 보스나도 빠르게 팀에 녹아들었다. 윤 감독은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힘겨운 일정이긴 하지만, 평소대로만 준비하면 된다. 다만 다들 컨디션이 좋아 누굴 쓸까가 고민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