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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경기를 앞둔 팀에는 '믿을맨'이 존재한다.
라돈치치는 올 시즌 수원의 '최종병기'다. 올 시즌 네 경기서 네 골을 터뜨렸다. 부산 아이파크와의 개막전에서는 침묵했다. 자극이 됐는지 인천 유나이티드, 강원FC전에서 두 경기 연속 멀티골을 터뜨리며 수원이 1996년 창단 후 처음으로 개막전부터 3연승을 내달리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게으른 천재'라는 오명은 벗어던졌다. 능수능란한 한국어로 동료들 사이에 일찌감치 녹아들었다. 자신을 믿고 기용하는 윤 감독의 믿음에 전적으로 부응하고 있다. 데얀은 '비 온 뒤 땅이 더 굳는다'는 속담과 딱 어울린다. 시즌 개막 직전 진행된 중국 진출 협상이 결렬된 것에 불만을 품고 대구FC전에 태업했다. 최 감독은 대노했다. 전반 20분 만에 그를 벤치로 불러들였다.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호통을 쳤다. 두 인물은 오랜기간 한솥밥을 먹으며 신뢰를 쌓았다. 오해를 푸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최 감독은 데얀을 "형제와 다름없다"고 감쌌다. 최 감독의 믿음 속에 데얀은 팀을 위해 헌신하는 도우미로 거듭났다. 몰리나가 5골로 K-리그 득점 선두를 질주할 수 있었던 것은 데얀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라돈치치는 슈퍼매치가 처음이다. 인천과 성남에서 서울전을 치른 적은 있다. 수원 유니폼을 입고 치르는 서울전의 무게감에 비할 바는 아니다. 윤 감독은 물이 오른 라돈치치의 골 감각에 기대를 걸고 있다. 데얀은 수원만 만나면 신이 난다. 수원전서 3골3도움을 기록해 역대 서울 선수 중 수원전 최다 공격포인트 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올 시즌 네 경기서 단 1골에 그치고 있는 성적이 우려스럽다. 이럼에도 최 감독의 믿음에는 흔들림이 없다. "데얀이 터질 때가 됐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