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서울전]슈퍼매치의 키, 빅카드와 히든카드는?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2-03-30 10:54 | 최종수정 2012-03-30 10:54


◇라돈치치(왼쪽 위)와 데얀)은 슈퍼매치를 앞둔 수원과 서울의 '빅카드'다. 오장은(왼쪽 아래)과 김현성은 후반 교체 투입이 유력시 되는 히든카드다. 스포츠조선DB

큰 경기를 앞둔 팀에는 '믿을맨'이 존재한다.

축구는 11명이 하는 스포츠다. 팀의 능력이 승패를 좌우한다. 하지만 뛰어난 개인은 경기의 흐름을 바꿔 놓기도 한다. '축구황제' 펠레와 '신동' 마라도나가 그랬다. 가장 가깝게는 '마에스트로'라 불리는 지네딘 지단이 있다. '믿을맨'은 비단 세계적인 축구 천재들에 국한된 수식어가 아니다. 꽉 막힌 체증을 뚫어줄 선수라면, 그 팀의 믿을맨이자 빅카드다.

슈퍼매치를 앞둔 수원 삼성의 윤성효 감독과 FC서울 최용수 감독은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빅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 모두 몬테네그로 출신이다. 라돈치치(29·수원)와 데얀(31·서울)이 그 주인공이다. 이번 수원-서울전은 몬테네그로산 폭격기 간의 싸움이기도 하다.

라돈치치는 올 시즌 수원의 '최종병기'다. 올 시즌 네 경기서 네 골을 터뜨렸다. 부산 아이파크와의 개막전에서는 침묵했다. 자극이 됐는지 인천 유나이티드, 강원FC전에서 두 경기 연속 멀티골을 터뜨리며 수원이 1996년 창단 후 처음으로 개막전부터 3연승을 내달리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게으른 천재'라는 오명은 벗어던졌다. 능수능란한 한국어로 동료들 사이에 일찌감치 녹아들었다. 자신을 믿고 기용하는 윤 감독의 믿음에 전적으로 부응하고 있다. 데얀은 '비 온 뒤 땅이 더 굳는다'는 속담과 딱 어울린다. 시즌 개막 직전 진행된 중국 진출 협상이 결렬된 것에 불만을 품고 대구FC전에 태업했다. 최 감독은 대노했다. 전반 20분 만에 그를 벤치로 불러들였다.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호통을 쳤다. 두 인물은 오랜기간 한솥밥을 먹으며 신뢰를 쌓았다. 오해를 푸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최 감독은 데얀을 "형제와 다름없다"고 감쌌다. 최 감독의 믿음 속에 데얀은 팀을 위해 헌신하는 도우미로 거듭났다. 몰리나가 5골로 K-리그 득점 선두를 질주할 수 있었던 것은 데얀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라돈치치는 슈퍼매치가 처음이다. 인천과 성남에서 서울전을 치른 적은 있다. 수원 유니폼을 입고 치르는 서울전의 무게감에 비할 바는 아니다. 윤 감독은 물이 오른 라돈치치의 골 감각에 기대를 걸고 있다. 데얀은 수원만 만나면 신이 난다. 수원전서 3골3도움을 기록해 역대 서울 선수 중 수원전 최다 공격포인트 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올 시즌 네 경기서 단 1골에 그치고 있는 성적이 우려스럽다. 이럼에도 최 감독의 믿음에는 흔들림이 없다. "데얀이 터질 때가 됐다."

빅카드로도 풀리지 않을 때 쓰는 것이 히든카드다. 지지부진한 경기의 흐름을 바꿔놓음과 동시에 승리로 연결시켜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선수가 간택된다. 수원은 부상에서 돌아온 미드필더 오장은(27), 서울은 홍명보호의 주포 김현성(23)이 유력하다. 오장은의 주 포지션은 수비형 미드필더다. 하지만 공격형 임무 뿐만 아니라 측면 윙어, 풀백까지 소화할 수 있는 팔방미인이다. 고비 때마다 터뜨리는 한 방으로 윤 감독을 웃음짓게 했다. 지난해까지 한솥밥을 먹었던 동료 염기훈(29·경찰청)은 "오장은이 서울전에서 뭔가 보여줄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수원 선수들 사이에서 그만큼 믿음이 크다. 지난해 대구에서 임대 성공기를 쓴 김현성은 올림픽대표에 선발되어 두각을 드러냈다. 올해 복귀한 친정팀 서울에서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김현성이 히든카드로 꼽히는 이유는 빠른 스피드와 탁월한 위치 선정 및 골 결정력이라는 장점이 크기 때문이다. 대구와 올림픽팀에서 결정적 순간마다 한 방을 터뜨렸던 승부사 기질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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