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울산 용병 마라냥, '철퇴왕'에게 봄을 선물한 '흙속에 진주'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2-03-21 01:58 | 최종수정 2012-03-21 08:15


브라질 출신 울산 용병 마라냥. 사진제공=울산 현대

'철퇴왕' 김호곤 울산 감독은 지난시즌 정규리그 준우승으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출전 티켓을 선물로 받았다. 그러나 결코 환하게 웃을 수 없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기대를 모았던 용병 루시오가 반시즌 만에 '애물단지'로 변해버렸기 때문이었다. 1년 반 동안 경남에서 펄펄 날았는데 후반기 울산으로 둥지를 옮기더니 골 넣는 법을 잊어버린 듯 했다. 15경기에 출전, 단 한 골도 기록하지 못했다. 심지어 시즌이 끝난 뒤에는 태업까지 강행했다. 터무니없는 연봉 인상을 요구했다. 1월 괌, 2월 일본 동계 전지훈련에 모두 불참했다. 결국 울산도 강경책으로 맞섰다. 루시오를 원 소속팀 브라질 아메리카RN으로 임대를 보냈다. 한숨만 늘어가던 김 감독은 대체 용병으로 기량도 기량이지만 성품이 좋은 선수를 원했다. 말썽꾸러기만 오지 말았으면 했다.

'고진감래'라고 했던가. 김 감독은 따뜻한 봄을 맞고 있다. 브라질 출신 마라냥(28)이라는 괜찮은 용병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지난 2월 마라냥의 플레이가 담긴 영상을 본 김 감독은 일본 미야자키 동계훈련 때 기량을 테스트했다. 일단 만족이었다. 폭발력 있는 드리블, 브라질 특유의 화려한 개인기 등 임팩트를 줄 만한 요소가 부족했지만, 플레이에 간결한 맛이 있었다. 소위 볼을 쉽게 차는 스타일이었다. K-리그와 아시아무대에서 통할 것 같았다.

김 감독의 눈은 정확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흙속에 진주'였다. 마라냥은 벌써 팀을 두 번이나 살렸다. 지난 11일 경남전에서 후반 조커로 투입돼 팀의 2대1 승리를 이끄는 골을 터뜨렸다. 또 20일 FC도쿄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경기에서도 후반 교체투입돼 경기 종료 직전 2대2 무승부를 만드는 극적인 동점골을 작렬시켰다.


11일 경남전에서 울산 선수들이 추가골을 터뜨린 마라냥을 감싸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울산 현대
팀에 합류한 지 한 달여 밖에 되지 않았지만, 적응력 하나만큼은 특급스타급이다. 아시아 물을 많이 먹은 덕을 보고 있다. 일본 J2-리그에서만 4년을 뛰어 이미 동양문화에 적응을 마친 상태다. 라면과 불고기도 곧잘 먹는단다. 먼저 다가가 장난을 치는 마라냥의 밝은 성격은 국내외 선수들을 한데 묶는 시너지 효과도 내고 있다. 우선 국적이 제 각기 다른 용병들과는 금방 친해졌다. 스페인어를 할 줄 아는 일본 출신 아키, 콜롬비아어를 사용하는 에스티벤과 말이 잘 통하다보니 맞는 코드도 찾아냈다. 세 명은 한국 마트를 같이 다니는 사이가 됐다. 국내 선수들도 마라냥의 폭풍 친화력에 동화되고 있다.

마라냥은 한국 생활이 마냥 좋기만 하다. 일본 2부 리그 생활 때와 차원이 다른 생활 환경때문이다. 지난해 구단이 구입한 28인승 새 버스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또 최신식 클럽하우스, 용병 예우 등 마치 특급호텔급 생활에 기분이 좋다. 이런 심리상태가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원동력 중 한 가지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