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크스부르크 강등권 탈출의 키, 구자철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2-03-04 13:17


사진캡처=아우크스부르크 홈페이지

유럽축구에서 우승경쟁만큼이나 뜨거운 것이 강등 싸움이다.

2~3팀이 다음시즌 2부리그로 추락하는 강등은 하위권 순위 다툼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마지막 라운드의 경우에는 상위권팀이 아니라 최하위팀 경기로 많은 취재진이 움직인다. 하부리그로의 강등은 TV중계권료 등 많게는 수백억원의 돈을 잃는 동시에 역사적으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다. 올시즌 K-리그에서도 처음으로 강등하는 2개팀이 탄생한다.

강등권에 있는 팀들이 변화를 모색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감독을 바꾸거나, 겨울이적시장에서 선수를 영입하는 것이다. 1994년 미국월드컵 독일전에서 두골을 터뜨리며 한국팬들에게도 이름이 잘 알려진 위르겐 클린스만은 토트넘 팬들 사이에서 전설과 같은 존재다. 클린스만은 1997~1998시즌 겨울이적시장에 토트넘으로 임대됐다. 한물간 선수라는 평이 있었지만 15경기에서 9골을 넣으며 팀을 잔류시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아우크스부르크 서포터들이 구자철에 거는 기대도 이와 다르지 않다. 아우크스부르크는 강등과 잔류 사이를 오가고 있다. 아우크스부르크는 올시즌 역사상 처음으로 분데스리가에 입성했다. 호기롭게 시즌을 시작했지만 분데스리가의 벽은 녹록치 않았다. 아우크스부르크는 후반기 승부수를 띄웠다. 그 중심에 구자철이 있다.

롱볼 위주의 단조로운 경기를 펼치던 아우크스부르크는 구자철 영입으로 아기자기한 축구를 더했다. 키핑력과 패싱력이 좋은 구자철을 중심으로 공격진을 개편했다. 루후카이 감독은 주포 사샤 묄더스 대신 활동력이 넓은 토어스텐 외를를 원톱으로 기용하며 구자철의 행동반경을 넓혔다. 구자철은 좌우 미드필더로 나서지만 실질적으로는 위치에 구애받지 않는 '프리롤'을 맡았다.

3일(한국시각) 독일 하노버 AWD 아레나에서 열린 2011~2012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하노버와의 24라운드 경기(2대2 무)는 아우크스부르크에서 구자철이 차지하는 비중을 다시 한번 보여준 한판이었다. 구자철이 좋은 모습을 보인 전반전에는 하노버를 압도했지만, 구자철이 부진한 후반전에는 같이 경기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구자철은 경기 전 훈련 도중 입은 부상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공격포인트는 아니었지만 선제골 장면에도 기여했다. 전반 12분 상대 진영 상대를 흐트러트리며 벨링하우젠의 골을 이끌었다. 과감한 슈팅과 날카로운 패스로 공격을 주도했다. 그러나 부상 탓에 후반 움직임이 무뎌지며 2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올리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아우크스부르크는 이날 무승부로 16위(4승11무10패·승점 23)를 기록했다. 잔류할 수 있는 15위(헤르타 베를린)와 불과 승점 1 차이다. 구자철의 활약이 커질수록 잔류 가능성은 높아진다. 루후카이 감독과
아우크스부르크 서포터들이 구자철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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