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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31·맨유)은 '강팀 킬러'다. 리그와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역대 개인통산 26골 중 8골(31%)을 터뜨렸다. 아스널전에선 무려 5골을 넣었다. 박지성은 28일 강팀을 상대로 한 골을 더 추가했다. 희생양은 리버풀이었다. 무대는 FA컵 4라운드(32강) 원정 경기. 박지성은 0-1로 뒤지던 전반 39분 벼락슛으로 시즌 3호골을 폭발시켰다.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수비수 하파엘의 낮은 크로스를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기막히게 타이밍을 맞춰 오른발 논스톱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꼭 한달 만이다. 지난해 12월 27일 '박싱데이' 기간 위건전(5대0 승)에서 시즌 2호골을 터뜨린 이후 득점포를 가동했다. FA컵에서 골 맛을 본 것은 2009년 3월 8일 풀럼전(4대0승) 이후 2년 10개월여 만이다.
둘째, 골은 터뜨렸지만 씁쓸한 기록이 작성됐다. 이번 골은 박지성의 개인통산 27번째 득점이었다. 그동안 박지성은 자신이 골을 넣은 경기는 모두 승리를 거뒀다. '박지성 골=팀 승리'라는 방정식이 생겨날 정도였다. 그러나 이 방정식은 더이상 성립되지 않았다. 맨유는 리버풀에게 1대2로 패하면서 FA컵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1-1로 팽팽하게 맞서던 후반 43분 후반 교체투입된 상대 공격수 카윗에게 결승골을 얻어맞고 무릎을 꿇었다. 결국 박지성의 골은 빛이 바랬다.
무엇보다 맨유 8년차인 박지성은 이번에도 FA컵과 우승 인연을 맺지 못했다. 6번 대회가 있었지만 FA컵 챔피언 트로피에는 단 한번도 입맞춤을 하지 못했다. 정규리그, 유럽챔피언스리그, 칼링컵에서 모두 정상에 올라봤기 때문에 더욱 FA컵 우승을 목말라 있었다. 그런데 이날 자신이 골을 넣고도 패해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남은 리그와 유로파리그에서 우승의 한을 풀어 마음을 달래야 하는 박지성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