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내부 비리로 축구계가 몸살이다. 최근 내부 직원의 공금 횡령으로 촉발된 축구협회 노동조합의 책임자 문책 요구. 비리 직원에게 거액의 위로금을 건넨 협회 수뇌부. 여기에 비리 직원이 협상카드로 꺼냈다는 또 다른 협회 내부의 아픈 고리까지. 비리는 꼬리를 물고, 까면 깔수록 양파 껍질이다.
지난해말 조광래 전 대표팀 감독을 해임시킬 당시 축구협회는 절차를 무시하고 강제 집행을 했다. 조 감독은 반발했고, 독단적인 밀실 행정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축구협회는 서둘러 해명에 나섰지만 한달 가까이 후폭풍에 시달렸다. 이번 사안은 더 중하면 중했지 덜하지 않다. 감독 해임은 까놓고 보면 절차상의 문제가 근본 원인이었고,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통과에 대한 가능성 등 A대표팀 성적에 대해선 '못했다', '더 지켜봐야 한다' 등 의견이 분분했다. 이번 사건은 도덕적인 비리가 드러났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한 개인의 잘못된 행동이라고 의미를 축소시키기엔 축구협회 수뇌부의 사태 판단이 너무 안이했다. 또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수뇌부의 도덕적인 문제로까지 비화될 조짐이다. 김진국 전무이사가 물러났지만 파문이 여기서 끝날 가능성은 낮다. 이는 축구협회 수뇌부가 어떤 형태로든 안아야할 부담이다.
허 회장은 "올해 중반쯤 회장 선거 출마여부를 공식발표하겠다"고 밝혔지만 출마를 기정사실화 하는 이들이 많다. 이번 사건은 큰 틀에서보면 축구계 야당 쪽에는 분명 플러스다. 물론 1년이란 시간은 판단을 바꾸는데 충분한 기간이지만 흘러가는 패턴은 현 집행부 편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악재가 계속되고 있다. 초유의 승부조작 사건이 터져 6개월 넘게 선수 징계와 재발방지로 고통을 겪었다. 프로축구 승강제 잡음 역시 축구협회의 지원과 장기비전 부재를 떠올리게 했다.
현 집행부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 사상 첫 원정 16강과 17세 이하 여자월드컵 우승, 20세 이하 여자월드컵 3위 등 큰 호재들이 있었지만 이를 더 큰 한국 축구 발전으로 승화시키는데 실패했다. 지금으로선 조중연 회장의 재선 출마도 오리무중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