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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우(23·사간 도스)의 별명은 홍명보호 '원조 황태자'다.
홍명보호가 2009년 이집트 청소년(20세 이하)월드컵 8강을 달성한 이후 최고의 주가를 올렸던 선수가 김민우다. 유럽 클럽들이 그를 주목했지만 결국 행선지는 일본 J2-리그였다. 그후 김민우는 팬들의 기억에서 오랫동안 잊혀졌다. 특히 2010년은 최악의 해였다. 일본 생활은 기대이하였다. 외롭고 고달팠다. 누구도 반기지 않는 것 같았다. 짧은 훈련 시간 이후 뭘 할 지 몰라 고민했다. 그러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갑상선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의 과다로 음식을 섭취해도 체중이 빠지는 증상)이 찾아왔다. 주위에 대놓고 아프다고 알릴 수도 없었다. 그래서 병을 최대한 숨겼다. 2010년 11월 광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발탁됐지만 무기력했다. 팀도 동메달에 그쳤다.
김민우는 2011년 부활했다. 삼촌같은 윤정환 감독이 사간 도스 지휘봉을 잡았다. 김민우도 병을 털고 일어섰다. 얼굴에 미소가 돌아왔다. 윤 감독은 김민우를 선발로 꾸준히 뛰게 했다. 사간 도스가 팀 창단 이후 처음으로 J-리그로 승격했다. 2011년 시즌 2위를 했다. 그 중심에 김민우가 있었다.
홍 감독은 그동안 김민우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2009년의 영광을 함께 했던 제자를 믿었다. 홍 감독은 김민우가 대표팀에 차출되지 않았을 때도 줄곧 경기력을 확인했다. 김민우가 올림픽대표팀의 비타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김민우는 이번 2012년 태국 킹스컵 대회에 맞춰 홍명보호에 승선했다. 태국전(3대1 승)에선 처진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했다. 18일 덴마크전(0대0)에선 측면 공격수로 배치돼 좌우를 쉼없이 오갔다. 전반 1분과 20분 상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유효슈팅을 쏘았다. 비록 상대 골키퍼 뢰슬의 선방에 막혔지만 김민우의 공간 침투 능력과 한박자 빠른 슈팅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홍 감독은 김민우가 이집트 청소년월드컵에서 기록한 3골을 잊을 수 없다. 홍 감독은 김민우가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도 한 건 해줄 수 있는 해결사라고 믿고 있다. 김민우는 아직 체력적으로 완성돼 있지는 않다. 세계무대에서 통하려면 체력을 좀 더 길러야 한다. 90분 풀타임을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