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싸움' 대전, 다국적 용병으로 승부건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2-01-08 14:17 | 최종수정 2012-01-08 14:22


유상철 대전 감독. 스포츠조선DB.

용병은 K-리그의 한 축을 담당한다. 한해 농사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용병의 성과에 따라 희비가 갈린다. 그래서 각 구단은 매년 겨울 '세계 최대의 축구시장' 브라질과 동유럽을 중심으로 인재를 찾아 나선다.

올시즌 K-리그 겨울의 화두도 용병이다. 2012년 시작되는 강등제 때문이다. 전력 강화를 노리는 각 구단은 즉시전력감의 선수를 찾아나섰지만, 토종 선수의 경우 각 구단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이적이 쉽지 않다. 몸값도 천문학적으로 올랐다. 결국 단기간에 전력향상을 이루기 위해서는 용병에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다. K-리그 외국인 선수들의 주요 공급처인 브라질은 인플레이션이 심하다. 브라질 헤알화의 가치 폭등으로 인해 유럽에서 활동하는 브라질 축구 스타들도 자국으로 귀국하는 분위기다. 현지 에이전트들은 K-리그 구단에게 기존 가격의 2~3배가 되는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 자금이 풍부한 기업구단 조차 브라질 대신 동유럽이나 K-리그에서 검증된 기존 외국인 선수들로 방향을 바꾸는 추세다.

시민구단 대전시티즌은 새로운 해법을 내놓았다. 다양한 국적의 선수들을 지켜보기로 했다. 대전은 김형범 임대 영입을 끝으로 국내 선수단 구성을 어느정도 마무리 지었다. 마지막 열쇠는 용병이다. 유상철 대전 감독은 시즌이 끝난 후 입버릇처럼 "용병 영입에 사활을 걸겠다"고 했다. 일본 출신 미드필더 바바를 제외하고 박은호, 외슬 등 기존의 용병을 모두 정리했다.

그러나 맘에 드는 용병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브라질과 동유럽에서 볼 수 있는 선수 자원은 한정적이고, 선수 보는 눈은 비슷하다. 결국 돈싸움으로 끝날 수 밖에 없다. 돈으로 대전이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래서 대전은 경쟁을 피해 제3세계로 눈을 돌렸다. 멕시코, 벨기에에 태국 출신까지 물망에 올려놓았다. 좋은 선수라면 국적은 상관치 않았다.

이 중 멕시코와 벨기에 출신의 공격수가 가시권에 있다.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전지훈련 중인 대전은 현지 연습경기와 9일부터 시작하는 멕시코 후기리그 경기를 관전하며 '제2의 에르난데스(멕시코 출신 맨유 공격수)'를 찾기 위해 분주하다. 벨기에 공격수의 경우 DVD를 보고 스카우트가 현지까지 넘어가 플레이를 직접 관전하고 온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들이 대전 유니폼을 입는다면, K-리그 사상 첫 멕시코, 벨기에 출신 용병이 된다.

다국적 용병으로 생존을 노리는 대전의 모험이 성공할 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그런 시도는 적어도 브라질, 동유럽 용병 위주의 K-리그에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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