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K-리그 해외전훈, 사연은 다르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2-01-04 16:33


축구는 만국 공통어다. 겨울나기에도 국경이 없다. 지구촌이 무대다. 가까운 일본과 중국에서 동남아시아, 태평양과 지중해의 섬나라, 지구 반대편의 남미까지….

동계전지훈련은 한 해 농사의 밑거름이다. 그래도 테마는 있다. K-리그 16개 구단이 전지훈련지를 선택한 사연은 저마다 다르다. 구단의 환경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K-리그는 내년 1, 2부 리그 승강제가 도입된다. 올해는 2013년을 위한 준비 무대다. 포스트시즌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상, 하위팀을 구분해 리그를 진행하는 '스플릿 시스템(split system)'이 실시된다. 정규리그 30경기를 치른 뒤 1~8위와 9~16위팀을 상-하위 리그로 분리해 14경기를 더 해 우승팀을 가린다. 어느 해보다 겨울이 뜨겁다.

운명이 정해진 구단

축구 뿐이 아니다. 야구, 농구, 배구 등 프로구단 가운데 자생력이 있는 구단은 단 한 팀도 없다. 모기업과 시도의 지원을 받는다.

자연스럽게 합종연횡이 이루어진다. 디펜딩챔피언 전북은 모기업이 현대자동차다. 전지훈련지는 브라질 상파울루다. 가장 먼 여행을 한다. 브라질은 축구의 나라다. 볼이 그라운드에서 춤을 추면, 온 국민이 열광한다. 축구로 소통한다. 현대차는 현재 상파울루에 중남미 최초의 완성차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유대 강화를 위해 전북을 활용한다.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다는 심산이다.

모기업이 포스코인 포항이 인도네시아로 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시민구단인 대전은 지난달 16개 구단 가운데 가장 먼저 멕시코 과달라하라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과달라하라는 대전시와 자매결연을 한 도시다. 체류비 전액을 과달라하라가 지불하는 대신 대전은 그 지역 출신 선수를 영입하기로 약속했다.

부자구단의 '이원 담금질'


기업구단은 자금 운용에 여유가 있다. 우승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삼성전자의 수원, GS그룹의 FC서울, 현대중공업의 울산은 '이원 담금질'을 한다. 동선이 비슷한다. 서태평양의 미국령 괌에서 체력을 끌어올린 후 2월 일본에서 실전훈련을 펼친다. 수원과 울산은 이미 괌 전지훈련으로 재미를 봤다. 서울은 올시즌 처음으로 따뜻한 남쪽으로 향한다. 지난해 추운 국내에서 체력훈련을 하다 부상으로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었다. 탈출을 결정했다.

장소는 다르지만 기업구단은 대부분 두 곳에서 전지훈련을 실시한다. SK의 제주는 중국과 일본, 현대산업개발의 부산은 일본과 하와이, 통일그룹의 성남은 홍콩에 이어 일본, 포항과 함께 포스코의 지원을 받는 전남은 일본 구마모토에 이어 미야자키에서 땀을 흘린다.

시,도민구단 중 '이원 담금질'을 펼치는 구단은 허정무 감독의 인천이 유일하다. 괌에 이어 중국 광저우에서 훈련한다. 무늬는 다르다. 중국 전지훈련은 이장수 광저우 헝다 감독의 초청으로 성사됐다.

가난하지만 열정은 넘친다

재정이 열악한 시도민구단은 큰 꿈을 꾸지 않는다. 강원과 광주는 가격 대비 효율이 높은 중국 쿤밍을 선택했다. 해발 1900m, 고지대에 위치한 쿤밍은 체력 훈련을 하기에는 최상이다. 브라질 출신 모아시르 페레이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대구는 사령탑의 모국인 브라질로 향한다. 경남은 한때 인기를 끌었던 지중해의 키프로스로 결정했다. 북, 동유럽의 팀들이 전지훈련을 하는 곳이라 실전 파트너가 많다. 군팀인 상주 상무는 꿈을 꾸지 못한다. 코칭스태프 인선까지 늦어져 해외전지훈련 계획을 잡지 못했다. 박항서 신임 상주 감독은 제주와 경남 남해에서 반란을 노린다.

전지훈련지도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한때 터키 안탈리아가 최고의 인기를 누렸지만 올해에는 자취를 감췄다. 각 팀의 색깔이 분명하다. 올 연말 어느 팀이 최후에 웃을까. 그 전쟁이 시작됐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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