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휴가 떠난 최강희 감독, 그가 담아올 것은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1-12-25 16:12


클럽을 이끌고 한 시즌을 치르려면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이 많지 않다.

2005년 감독에 오른 이후 어느덧 6년이 흘렀다. 그는 1년에 단 한 번 가족과 함께 달콤한 시간을 갖는다. 연중 행사로 12월말 소중한 여행길에 오른다. 올해는 더 특별했다. 2년 만에 전북을 K-리그 정상으로 이끌었다. 감독상을 수상하며 K-리그 최고의 지도자로 다시 인정받았다.

한데 최근 신변에 변화가 생겼다. A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대표팀 사령탑에 선임되기 전 이미 세워둔 계획이었다. 가족과의 약속을 저버릴 순 없었다.

최강희 A대표팀 감독이 크리스마스인 25일 해외로 '우승 휴가'를 떠났다. 모든 것을 내려놓는 휴가지만 상황이 미묘하다. 그는 더 이상 K-리그를 제패한 전북 감독이 아니다. 한국 축구의 운명이 그에게 달렸다.

쉼표에도 그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대표팀을 어떻게 끌고 갈지 그림을 그려야 한다. '휴가 구상'에 눈길이 간다.

첫 무대 쿠웨이트전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A대표팀은 내년 2월 29일 쿠웨이트와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최종전을 치른다. 한국은 3차예선에서 승점 10점(3승1무1패·골득실 +8)으로 조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 레바논(승점 10·골득실 -2), 3위 쿠웨이트(승점 8)가 턱밑에서 추격하고 있다. 최종예선은 각 조 1, 2위가 오른다. 쿠웨이트전은 비기기만해도 최종예선에 오른다. 그러나 만에 하나 패할 경우 월드컵 출전 좌절이라는 치욕을 안을 수 있다.

최 감독은 휴가 기간 동안 대표팀의 밑그림을 완성할 예정이다. 코치진 인선이 첫 번째 발걸음이다. 누가 적합한 지를 놓고 한창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최 감독은 1월 초 코치진 구성을 발표할 예정이다. 선수단 운용 철학도 고민하고 있다. 태극전사들은 감독 교체라는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다. 자칫 패배주의에 빠질 수 있다. 최 감독으로선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자신이 추구하는 축구 색깔이 어떤 선수와 궁합이 맞을지에 대해서도 숙고하고 있다. 최 감독은 '닥공(닥치고 공격)'을 접고, 실리축구로 전환할 예정이다. 공수밸런스를 갖춘 안정된 팀을 만들겠다는 것이 그의 각오다. 최 감독은 또 연초 유럽파들의 컨디션 점검을 위한 해외 출장 계획도 세울 예정이다.

바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하지만 최 감독의 올 연말 휴가는 휴가가 아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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