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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 '월드컵 명장'보다 '봉동 이장'의 길 택했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1-12-22 14:25


◇최강희 감독은 월드컵 본선에 나서는 명장보다 전북맨의 길을 택하겠다고 했다. 최 감독이 2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A대표팀 감독 선임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최강희 감독(52)은 K-리그의 대표적인 입담가로 통했다. 남의 시선은 개의치 않았다. 선수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최고의 능력을 이끌어 냈다. 구단, 팬과의 대화도 마다하지 않았다. 유머 속에는 촌철살인의 감각과 자신만의 분명한 색깔이 녹아 있었다.

이런 최강희식 스타일은 A대표팀에서도 바뀌지 않았다. 지도자라면 누구라도 한 번쯤을 꿈꿀 만한 A대표팀 사령탑직,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행에 대한 미련도 자신이 키워낸 전북과 비교하면 우선 순위가 아니라고 했다. '한국 축구의 명장'보다 '봉동 이장'으로 남는 길을 택했다. 최 감독은 2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가진 A대표팀 감독 취임 기자회견에서 "내 임기는 2013년 6월 까지다. 그 뒤에는 전북으로 복귀하고 싶다"고 말했다. 폭탄발언에 기자회견장은 술렁였다. 곁에서 최 감독을 지켜보고 있던 축구협회 관계자들과 황보관 기술위원장의 얼굴은 돌처럼 굳었다.

최 감독이었기에 내릴 수 있는 판단이었다. 조광래 전 감독이 A대표팀에서 경질된 뒤부터 최 감독은 차기 감독 1순위로 꼽혀 왔다. 하지만 최 감독은 올해 K-리그 우승 직후 전북과 장기계약 쪽으로 교감을 나눈 터라 고사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자신에게 믿음을 보여준 전북 구단과 선수단, 팬에 대한 애착도 작용했다. "1주일 전만 해도 내가 전북을 떠날 것이라는 생각은 단 1%도 없었다." A대표팀을 맡은 것은 순전히 한국 축구를 책임지는 지도자의 한 사람이라는 이유 외엔 없다는 뜻이었다. 그는 "차기 감독 후보로 거론된 내가 지금 상황에서 계속 고사 입장을 이어간다면 분명히 '비겁한 자'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에 수락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종예선까지는 내가 책임을 져야 하지만, 본선행에 성공하더라도 내가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동안 밖에서 지켜본 바에 따르면 과연 내 판단대로 대표팀을 이끌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대표팀 감독은 외국인이 맡는게 낫다"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삼고초려에 승낙의 뜻을 밝히기는 했지만, 끝까지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축구협회는 그동안 황보 위원장과 김진국 전무를 앞세워 여론을 흐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최 감독이 기자회견을 마치자 사태 수습에 급급할 뿐이었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계약기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했던 황보 위원장은 "사실 최 감독은 최종 예선까지만 지휘봉을 잡겠다는 뜻을 수차례 밝혔다. 최 감독의 의견은 존중하겠다. 일단 3차예선과 최종예선까지 전력투구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말을 바꿨다.

최 감독과 축구협회는 이달 말까지 계약을 마무리 할 계획이다. 최 감독의 뜻대로 최종예선 최종전이 마무리 되는 2013년 6월까지 계약이 이뤄질 전망이다. 성적에 따른 옵션도 논의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최 감독은 전북을 떠나기 전 구단 수뇌부와 만나 1년 6개월만 A대표팀 사령탑직을 맡은 뒤 돌아오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구단은 이를 받아들여 이흥실 수석코치 체제로 내년 시즌을 치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상황을 보면 최 감독은 자신의 말대로 최종예선만 마친 뒤 전북으로 복귀하는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행이 확정되고 여론이 최 감독에게 본선까지 맡겨야 한다는 쪽이 되면 다시 논의가 이뤄질 수도 있다. 미래는 알 수 없는 것이다.
박상경 기자 kazu1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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