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는 A대표팀 새 사령탑 선임에 한 가지 가이드 라인만 제시한 상태다. 외국인 감독 영입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발표했다. 대한축구협회가 생각하는 외국인 감독은 축구 선진국 출신을 뜻한다. 유럽 또는 남미다. 아시아권 출신은 분명 아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을 4강에 올려 놓았다. 전세계를 경악케 했다. 이후 '히딩크 매직'은 고유 단어처럼 쓰였다. 2006년 독일월드컵 16강(호주), 유로 2008 4강(러시아)으로 이어졌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4강(네덜란드) 이후 내리막을 걷던 히딩크의 터닝 포인트는 단연 한국에서의 월드컵 4강 추억이다. 이후 세계 최고 명장 중 한명이 됐다.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과 딕 아드보카트 감독 같은 인지도 있는 지도자들이 한국을 찾은 데는 히딩크 감독의 영향이 컸다. 동양적인 정서로 지도자에 순종하며 최선을 다하는 한국 선수들을 데리고 월드컵에서 성적을 내고 싶은 열망이 있었다. 이는 축구지도자 이력서에 큰 플러스가 된다.
팬들도 이같은 인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히딩크 감독의 철저한 선수파악과 체력강화, 맞춤형 전술을 통한 거시적 팀만들기를 봐온 터라 다른 외국인 감독은 성에 차지 않는다. 외국인 감독의 조기 퇴출이 뒤를 이었다.
지금 대한축구협회에는 에이전트와 지인을 통한 외국인 감독들의 이력서 넣기가 한창이다. 하지만 적정 몸값(연봉 100만달러, 약 11억원)을 떠나 쉽게 적임자를 고르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도 히딩크, 히딩크급이라는 단어가 슬금슬금 나오고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