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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리맨의 신화'다.
정종수 GS스포츠 사장(62)이 올 연말을 끝으로 물러난다. 최근 단행된 그룹 정기인사에서 GS EPS 고문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는 K-리그에서 세 시즌을 보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프로축구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꿈은 현실이 됐다. FC서울은 최고의 인기구단으로 우뚝 섰다.
지난해부턴 실전이었다. 구단의 철학을 바꿨다. 첫째도 관중, 둘째도 관중이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축구 테마 파크로 변신했다. 경기가 열릴 때면 북측 광장에는 공연존, 어린이존, 응원존 등 다양한 즐길거리를 마련, 축제의 장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이벤트는 물론 먹거리도 풍성해졌다. 중국 클럽팀과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때는 자장면, 여름에는 수박, 겨울에는 따뜻한 국물이 등장했다. 경기장 내에선 치어리더가 출연했다. 가족단위의 팬들을 위한 종합 엔터테인먼트장이 상암벌이었다.
팬들이 움직였다. 서울은 지난해 5월 5일 성남전에서 프로스포츠 사상 첫 6만 관중(6만747명·1위) 시대를 열었다. 또 K-리그 최초로 50만 관중을 돌파했다. 올해 K-리그를 뒤흔든 승부조작 파문에도 1위 자리를 지켰다. 정규라운드 홈 평균관중은 2만7815명이었다.
넘치는 관중에 선수들도 신이 났다. 지난해 컵대회 우승에 이어 10년 만의 K-리그 정상 정복에 성공하며 '더블'을 달성했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이청용(23·잉글랜드 볼턴) 기성용(22·스코틀랜드 셀틱) 정조국(28·프랑스 낭시)을 유럽에 수출하며, 한국 축구 발전에도 공헌했다. 이들의 해외 진출로 FC서울은 한국 프로축구의 상징이 됐다.
3년간 정 사장을 보좌한 한웅수 단장은 "사장님은 늘 장점만 보신다. 그의 사전에는 안되는 것이 없다. 추진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여기에 긍정적이고 유연한 사고로 변화를 이끄셨다"고 밝혔다.
미소가 떠나지 않는 정 사장은 늘 힘이 넘친다. "생소한 분야에 와서 너무나 멋진 경험을 했어요. 버릴 것이 없답니다. 모든 것이 추억입니다." 떠날 때는 아쉬움이 진하지만 그는 FC서울의 신화로 남았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