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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최우수 지도자에 오른 지도자의 마음이 편치 않다. 전북 현대를 2011년 K-리그 정상에 올린 최강희 감독(52)이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했다. 진심을 말해도 오해를 살 소지가 높다. 그가 최근 경질된 조광래 A대표팀 감독 후임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최 감독의 입장이 매우 난처하게 돌아가고 있다. 축구협회가 당초 생각했던 후보 감독들이 서로 손사래를 쳤다. 최적임자로 꼽혔던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내년 런던올림픽에 집중하고 싶다면서 A대표팀 감독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친한파 고트비 일본 시미즈 감독도 현재 소속 클럽에서 열심히 일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K-리그 우승으로 최고의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는 최 감독 역시 전북 구단에서 할 일이 남았다며 몇 차례 우회로 축구협회에 사양 의사를 전했다.
최 감독은 "내가 처음 황보관 기술위원장을 만나 제안을 거부했다는 기사를 봤을 때 축구인들은 나를 매우 이기적인 인간으로 평가했을 수 있다"면서 "나는 내가 그런 식으로 비치는 게 안타깝다. 나는 아직도 부족한 게 많은 사람이다. 내가 A대표팀 감독 자리를 거부할 정도로 뛰어난 사람이 아니다"고 열변을 토했다. 그는 또 "나는 클럽에 더 어울리는 사람이다. 내 축구 색깔을 내는 데 긴 시간이 걸린다"면서 "단 시간에 좋은 성적을 내야하는 대표팀 감독은 어려운 자리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2005년 7월 전북 사령탑에 올라 7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09년 K-리그 우승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3년 동안 전북의 상종가를 이끌고 있다. 최 감독은 정이 많이 든 전북 선수들과 올해 못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다시 도전하고 싶어한다.
축구계 일각에선 최 감독 등 A대표팀 감독 후보들에게 겸임안을 제시하는 것도 하나의 안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 겸임안은 일시적으로 한 지도자가 현직과 A대표팀 감독을 동시에 수행하는 걸 말한다. 최 감독의 경우 전북을 맡으면서 일정 기간까지만 A대표팀을 지휘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 감독은 "한 가지도 제대로 하기 힘든데 두 개를 같이 하는 것은 둘 다 죽는 일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