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대표팀 감독 하마평 최강희 심경 "진퇴양난이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1-12-12 13:48


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 2011 챔피언십 챔피언결정전 2차전 전북현대와 울산현대의 경기가 열렸다. 우승트로피를 들어보이는 최강희 감독. 전주=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K-리그 최우수 지도자에 오른 지도자의 마음이 편치 않다. 전북 현대를 2011년 K-리그 정상에 올린 최강희 감독(52)이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했다. 진심을 말해도 오해를 살 소지가 높다. 그가 최근 경질된 조광래 A대표팀 감독 후임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최 감독의 입장이 매우 난처하게 돌아가고 있다. 축구협회가 당초 생각했던 후보 감독들이 서로 손사래를 쳤다. 최적임자로 꼽혔던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내년 런던올림픽에 집중하고 싶다면서 A대표팀 감독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친한파 고트비 일본 시미즈 감독도 현재 소속 클럽에서 열심히 일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K-리그 우승으로 최고의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는 최 감독 역시 전북 구단에서 할 일이 남았다며 몇 차례 우회로 축구협회에 사양 의사를 전했다.

그러면서도 최 감독은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진퇴양난'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 감독의 마음은 복잡할 수 있다. 매우 얽히고 ?霞 있기 때문이다. 최 감독은 현재 한국축구를 책임지고 있는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과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조중연 협회장이 현대 호랑이 구단 감독 시절 최 감독은 소속 클럽 선수였다. 당시 조중연 감독은 성실한 수비수였던 최강희를 무척 아꼈다. 따라서 조 회장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현재 한국축구가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축구협회의 제안을 계속 거부하는 게 제자의 도리가 아닐 수 있다.

최 감독은 "내가 처음 황보관 기술위원장을 만나 제안을 거부했다는 기사를 봤을 때 축구인들은 나를 매우 이기적인 인간으로 평가했을 수 있다"면서 "나는 내가 그런 식으로 비치는 게 안타깝다. 나는 아직도 부족한 게 많은 사람이다. 내가 A대표팀 감독 자리를 거부할 정도로 뛰어난 사람이 아니다"고 열변을 토했다. 그는 또 "나는 클럽에 더 어울리는 사람이다. 내 축구 색깔을 내는 데 긴 시간이 걸린다"면서 "단 시간에 좋은 성적을 내야하는 대표팀 감독은 어려운 자리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2005년 7월 전북 사령탑에 올라 7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09년 K-리그 우승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3년 동안 전북의 상종가를 이끌고 있다. 최 감독은 정이 많이 든 전북 선수들과 올해 못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다시 도전하고 싶어한다.

축구계 일각에선 최 감독 등 A대표팀 감독 후보들에게 겸임안을 제시하는 것도 하나의 안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 겸임안은 일시적으로 한 지도자가 현직과 A대표팀 감독을 동시에 수행하는 걸 말한다. 최 감독의 경우 전북을 맡으면서 일정 기간까지만 A대표팀을 지휘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 감독은 "한 가지도 제대로 하기 힘든데 두 개를 같이 하는 것은 둘 다 죽는 일이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지금 서울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시즌 내내 만나지 못했던 친지들을 만나 회포를 푼다. 그런데 축구인들로부터 걸려오는 수많은 전화가 고문이다. 최 감독은 "지인들은 내가 감독 하마평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런 일이다. 싫어할 게 아니다고 말해준다"면서 "하지만 나는 너무 머리가 아프다. 빨리 마무리가 돼 홀가분하게 쉬고 싶다"고 말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