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감독 "조중연 회장과 만났더라도…"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1-12-09 15:18


전격 경질된 조광래 감독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안경으로 가린 눈은 충혈돼 있었고, 독감으로 목소리는 갈라졌다.

조 감독이 9일 서울 역삼동 노보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박태하 수석코치, 서정원-가마 코치, 김현태 골키퍼 코치가 동석했다. 조 감독은 "축구 인생에 가장 안타까운 상황이다. 허망한 마음뿐""이라는 말로 작금의 심경을 토로했다. 대한축구협회는 8일 조 감독의 경질을 발표했다.

그는 "축구를 사랑하는 국민과 팬여러분에게 혼란을 준 점에 사과드린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 "대표팀을 맡으면서 한국 축구 선진화를 목표로 노력했다. 지금까지 하지 않은 것, 포기한 부분에 대해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과감하게 추진했다. 가지 않았던 길이기에 어려움도 있었지만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며 과거를 더듬었다.

중도하차에 아쉬움은 진했다. "갈등과 어려운 과정을 극복해야 진정한 발전이 있다. 목표한 팀으로 완성할 수 있는 단계에서 물러나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모든 것이 내 불찰이다. 그동안 있었던 비판은 보약으로 수용하겠다."

기술위원회를 향해서는 날을 세웠다. 기술위는 조 감독의 해임 과정에서 역할을 하지 못했다. 회장단의 경질 결정에 심부름만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조 감독을 선임한 이회택 기술위원장은 지난달 물러났다. 황보관 위원장이 현재 기술교육국장과 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다. 조 감독은 "좀 더 기술적으로 세밀한 부분을 기술위가 해주기를 바라고 기대하고 요청도 했다. 하지만 기술위원회에서 나오는 대표팀 분석이나 그런 부분들이 너무 실망스러웠다"고 밝혔다.

황보 위원장에게도 조언을 했다. "한국 축구에서 기술파트는 가장 중요하다. 단순히 대표팀 감독의 선임과 해임만 하는 자리가 아니다. 한국 축구 100년을 설계하는 자리인 만큼 자율성을 누려야한다. 과연 나의 경질에 있어서 얼마나 독자적으로 판단했는지 의문이다. 축구협회 고위층이나 외부 집단에 흔들린다면 한국 축구의 미래는 어렵다. 이번 사태를 교훈삼아 더욱 강단있게 해주기를 바란다."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과의 관계에선 만감이 교체했다. 조 감독은 "조 회장이 신경을 많이 써 주었다. 그러나 나에 대한 말들을 여러 사람을 통해 체크하고 들었을 것이다. 그러면 그 부분에 대해 나와 얘기했으면 더 이상의 후회는 없었을 것이다. 그 부분이 정말 아쉽다"고 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선수단내의 갈등은 코치진이 해명했다. 서정원 코치는 "내가 선수들과 가장 근접해있는 자리다. 나 또한 대표와 프로 선수 경험이 많다. 경기에 나가는 선수는 11명 뿐이다. 후보도 있다. 누구나 자존심이 상할 수 있다. 선수라면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불화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조 감독은 또 "이번 같은 방식이면 차기 대표팀 감독도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이다. 그래서 내가 이 자리를 마련했다. 앞으로 한국 축구가 행정적인 부분에서도 더 발전해야 축구 전반의 발전을 이룰 수 있다. 협회의 모든 분들이 대표팀 감독다운 대우를 해주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 감독은 향후 계획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생각은 못했다. 하지만 어디를 가나 한국 축구가 높은 수준에서 팬들에게 더 좋은 경기 내용을 보여주도록 노력할 것이다. 지도자로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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