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곤 매직' 울산, 전지훈련 일정까지 바꿨다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1-12-07 13:46


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K-리그 전북과 울산의 챔피언결정 2차전. 김호곤 울산 감독이 박수를 치며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전주=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2011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챔피언십에서 명가의 자존심을 세운 울산 현대가 선수들을 위해 전지훈련 일정까지 바꿨다.

주장인 곽태휘(30) 등 베테랑 선수들이 김호곤 감독과 구단까지 움직였다. 울산은 당초 내년 1월 1일 괌으로 출발해 27일까지 전지훈련을 할 예정이었다. 예약까지 완료했다. 올해 초 괌 전지훈련이 효과가 있었다고 단판한 울산은 괌을 거쳐, 내년 1월 말부터 2월 초까지 제주도에서 워밍업을 한 뒤 일본에서 시즌 준비를 마무리한다.

누구도 기대하지 못했던 '김호곤 매직'이 변수가 됐다. 정규리그 6위로 6강 플레이오프(PO) 막차를 탄 울산은 FC서울(3위)과 수원 현대(4위), 포항 스틸러스(2위)를 꺾고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뒤지고, 빡빡한 일정으로 인한 체력 저하로 어렵다고 했던 챔피언결정전에서도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선전했다. 이번 챔피언십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휴식이 필요했다.


전북 현대에 막혀 준우승한 울산 선수들이 4일 챔피언결정 2차전이 끝난 아쉬운 얼굴로 그라운드에 모여 있다. 전주=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김호곤 감독은 4일 챔피언결정 2차전이 끝난 뒤 주장 곽태휘로부터 휴식이 필요하고, 선수들이 1월 1일 신정을 가족과 함께 보내고 싶어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곽태휘가 베테랑 선수들의 의견을 모아 전달한 것이다. 당초 일정대로라면 전지훈련 일정 때문에 신정과 설(1월 23일)을 모두 전지 훈련지에서 맞아야할 상황이었다.

김 감독은 곽태휘의 건의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숨박히는 일정이 이어지면서 가족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못한 선수들의 입장을 이해한 것이다. 김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올 한 해 정말 열심히 잘 해줬다. 조금 더 쉬는 게 내년 시즌 준비에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전지훈련 스케줄이 바뀌면서 구단에 비상이 걸렸다. 급하게 항공편과 숙소 일정 조정에 나섰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이 쉽지 않은 모양이다.

구단 프런트는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겨울 성수기이다보니 항공편을 바꾸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100% 일정 변경이 쉽지 않지만 김 감독과 구단은 기혼 선수들을 최대한 배려할 생각이다. 김 감독은 "선수단 전체가 4일 출발하는 게 어렵다면 결혼한 선수 위주로 전지훈련 시기를 늦추겠다"고 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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