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감독의 유쾌한 입담, 최고의 감독다웠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1-12-06 17:01


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2011 현대오일뱅크 K리그 대상 시상식'이 열렸다. 전북 최강희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하고 있다.
홍은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1.12.6

'봉동 이장' 최강희 전북 감독은 입담도 구수하다. 위트 넘치는 말로 분위기를 주도한다.

감독상을 수상한 그는 대상 시상식 직후 MVP(최우수선수상), 신인상 수상자인 이동국(32·전북) 이승기(23·광주)와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그의 진면목이 그제서야 빛을 발했다.

최 감독이 입을 열면 웃음바다가 됐다. 이승기가 재료였다. 그는 "지금 이 자리에 최만희 감독님(광주)이 안 계시는데 신인왕 이승기를 보니까 불현듯 영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며 "승기야, 전북에 올 생각 없니"라고 불쑥 질문을 던졌다. 돌발 질문을 받은 이승기가 머뭇거리자 "올 생각이 없나보다"라고 응수, 폭소를 자아냈다.

끝이 아니었다. 기자회견내내 이승기 카드를 기막히게 사용했다. 물론 이승기는 좌불안석이었다. 당황했지만 상쾌, 유쾌한 눈치였다. 내년에 가장 영입하고 싶은 선수를 묻자 "여기 와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오로지 이승기 뿐"이라고 했다. 또 "이제 재활공장장이라는 별명은 그만 듣고 싶다. 옆에 있는 이승기처럼 능력 있는 선수를 영입하고 싶다"며 웃었다. 최 감독은 재활공장장으로 유명하다. 이동국 조성환 김상식 손승준 등 내리막 길을 걷던 선수들을 영입, 최고로 육성했다.

그는 이날 트로피와 함께 상금 500만원을 받았다. 상금 용도에 대해서도 재치가 넘쳤다. "며칠 전 K-리그 우승 세리머니 당시 사용했던 밀짚모자와 장화값을 내야 한다." 최 감독은 4일 팀을 우승으로 이끈 후 '이장 세리머니'로 화제가 됐다. 밀짚 모자와 장화를 신고 팬들의 환호에 답례했다.

스타일 변화도 예고했다. 그는 그라운드에서는 표정 변화가 없다. 득점을 한 뒤에도 무표정이다. "득점 이후 상황에 대해 계산을 하다보니 쉽게 웃지를 못했는데 이제 두 번이나 우승을 했으니 내년부터는 좀 더 웃을 생각이다."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최 감독은 2009년에 이어 올해 팀의 K-리그 정상으로 이끌었다.

그는 이날 몰표를 받았다. 115표 가운데 무려 107표를 득표, 김호곤 울산, 황선홍 포항 감독을 따돌렸다. 최 감독 덕분에 시상식의 대미는 웃음꽃으로 넘쳐났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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