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K-리그] ①심판의 질을 높여라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1-12-05 15:07


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 2011 챔피언십 챔피언결정전 2차전 전북현대와 울산현대의 경기가 열렸다. 전북이 울산에 2대1 승리를 거두며 최종우승을 확정했다. 우승트로피와 함께 환호하고 있는 전북현대 선수들. 전주=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1.12.4

전북 현대가 왕좌에 오르면서 2011년 K-리그는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아픔과 희망이 교차한 한 해였다. 승부조작 파문이 K-리그를 뒤흔들었다. 현역 선수를 포함해 60명의 구속, 불구속 기소로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상처는 여전하다. K-리그는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자 생존 본능이 꿈틀댔다. 변화의 물꼬가 트였다. 2012년 K-리그는 새로운 모델이다. 6강 플레이오프가 폐지된다.

2013년 1, 2부 리그 승강제가 도입된다. 내년 시즌은 준비 무대다. 상, 하위팀을 구분해 리그를 진행하는 '스플릿 시스템(split system)'이 실시된다. 16개팀은 홈 앤드 어웨이로 정규리그 30경기를 치른 뒤 1~8위와 9~16위팀을 상-하위 리그로 분리해 14경기를 더 한다. 아직 1, 2부 운용 방식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내년 시즌 결과에 따라 4~6팀은 2부 리그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고 했다. 과거를 거울삼아 이젠 미래를 노래할 때다. 스포츠조선은 '다시 뛰는 K-리그, 여기부터 돌아보자'라는 주제로 세 편의 시리즈를 연재한다.

①심판의 질을 높여라

프로축구연맹 이사회는 두 달 전 호기롭게 내년 시즌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다. '코칭스태프, 선수 등 K-리그 관계자는 경기 판정이나 심판과 관련해 공식 인터뷰 등 대중에게 공개되는 경로를 통한 부정적인 언급이나 표현을 할 수 없다. 이 경우 별도 규정으로 제재할 예정이다.' 영국과 일본 등에서는 이미 명문화됐다고 부연 설명했다.

백번 양보해 취지는 공감한다. 심판 판정에 불신이 생길 경우 그라운드에는 법이 사라진다. 논란이 꼬리에 꼬리를 물 경우 팬들은 흥분하게 되고 K-리그의 공신력은 추락한다. 하지만 심판 내부의 자정 노력 없이 재갈을 물리는 것이라면 한국 축구 발전에 역행하는 탁상 공론에 불과하다.


현실을 보자. 심판도 인간이기에 실수를 할 수 있다. 누구나 이해하는 부분이지만 오심 경기가 너무 많은 점이 문제다. 10월 3일, 수원과 서울의 슈퍼매치는 숱한 화제를 뿌렸으나 오심에 희비가 엇갈렸다. 단 한 골이 터졌는데 눈 앞의 오프사이드를 잡지 못했다. 수원의 1대0 승리로 막을 내렸고, 서울은 몸살을 앓았다.

성남과 수원의 FA컵 결승전도 오심으로 얼룩졌다. 상황은 전반 31분 벌어졌다. 스테보의 헤딩볼을 넘겨받은 박현범이 성남의 골문을 갈랐다. 그러나 이 골은 오프사이드로 선언됐다. 성남 수비수 박진포가 더 앞선 위치에 쓰러져 있었지만 심판은 판정을 바꾸지 않았다. 축구에 만약은 없지만 경기내용에서 수원이 앞섰던 만큼 이 골이 득점으로 인정됐더라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었다. 결국 성남이 1대0으로 승리,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올시즌 대미를 장식한 포스트시즌도 마찬가지다. 무려 7개의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연맹 심판위원회는 자화자찬으로 들떴다. 문제될 것이 없단다. 그러나 애매한 부분이 꽤 있었다. 페널티킥 선언은 승부와 직결되는 판정이다. 한 해 농사의 운명이 걸린 만큼 세심해야 하지만 휘슬은 가차없었다.

K-리그에는 오래 전부터 '제3의 선수가 있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심판이다. 치욕적인 꼬리표지만 영광으로 생각하는 듯 하다. 권위를 내세우며 승부를 좌지우지한다.

축구에서 가장 이상적인 흐름은 심판이 보이지 않는 경기다. 휘슬을 최소화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현주소다. 오히려 현장의 목소리가 더 신사적이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감독들의 말은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반면 오심을 야기한 심판 징계는 제 식구 감싸듯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한다. 징계도 비공개로 이뤄진다.

판정에 대한 불신은 도를 넘었다. K-리그에 팬들이 떠나고 있는 데는 일관성없는 심판 판정도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내년에는 팀의 흥망성쇠가 걸렸다. 팀이 2부 리그로 떨어질 경우 해체하는 구단이 나올 수 있다. 리그 초반부터 불꽃튀는 순위 경쟁이 예상된다.

강등제는 선진국형 프로축구 시스템이다. 하지만 제도를 이끌고 갈 소프트웨어의 능력이 떨어지면 논란만 야기할 뿐이다. 새 시대다. 연맹 심판위원장을 포함한 인적 쇄신도 고려해야 한다. 늘 문제를 일으키는 몇몇 심판은 퇴출돼야 한다.

새로운 물결을 맞아 첫 번째 해결해야 할 과제는 심판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