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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나 할것 없이 환호성을 질렀다. 완산벌은 그렇게 2년 만에 다시 축제의 장이 됐다.
전북 현대가 4일 2011년 K-리그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 울산 현대를 제압하고 2009년 이후 2년 만에 K-리그 정상에 오르자 전주월드컵경기장은 녹색 물결로 물들었다. 최광보 주심이 홈팀 전북의 우승을 확정짓는 경기종료 휘슬을 불자 3만여 관중은 자리에서 일어나 '전북'을 연호했다. 전북 구단에서 미리 배포한 녹색 깃발이 관중석에서 장관을 연출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두 손을 머리 위로 번쩍 치켜 들었다. 전북 선수들은 경기 종료 직후 그라운드에서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환호한 뒤 관중석으로 달려가 슬라이딩 세리머니를 펼쳤다. 전북 주장 조성환은 경기 뒤 고개를 떨구는 울산 선수들에게 다가가 일일이 악수를 건네는 훈훈한 장면도 연출했다.
한 차례 아픔이 있었기에 더욱 값진 우승이다. 전북은 11월 5일 알 사드(카타르)를 상대로 5년 만에 아시아챔파언스리그 우승에 도전했다. 누구도 전북의 우승을 의심하지 않았다. 4만2777명을 수용할 수 있는 전주월드컵경기장에는 2001년 개장 이후 최대 관중인 4만1805명이 입장했다. 그러나 전북은 승부차기 접전 끝에 준우승에 그쳤다. 누구도 믿기 힘든 결과였다. 11월 30일 챔피언결정 1차전에서 울산을 2대1로 꺾고도 전북은 마음을 놓지 못했다. 모두가 전북의 우승을 예상했지만,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의 아픈 기억에 쉽게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전북 구단 관계자 대부분은 "(경기 전날) 잠을 잘 못잤다"고 했다.
한 달여 만에 다시 열린 결승 무대. 경기 시작 1시간30분 전까지만 해도 경기장 대부분이 빈 자리였다. 하지만, 경기 시작 전부터 불어나기 시작한 관중은 중앙 2층 스탠드까지 꽉 채울 정도로 메워져 축제의 면모를 갖췄다. 전북 서포터스는 카드섹션을 준비해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했다. 이날 집계된 관중 수는 3만3554명. K-리그는 거뜬하게 한 시즌 최초 300만 관중 달성에 성공했다.
믿었던 이동국이 전반 24분 페널티킥을 실축하면서 일순간 경기장에 탄식이 흘렀다. 집요한 공격에도 불구하고 울산 골키퍼 김영광의 신들린 선방 끝에 후반 11분 울산이 선제골을 터뜨리자 알 사드전의 아픈 추억이 다시 떠오르는 듯 했다. 그러나 후반 14분 에닝요의 페널티킥 동점골에 이어 후반 23분 루이스가 역전 결승골까지 터뜨리면서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결국 전북은 챔피언결정전 2연승으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떠나갈 듯한 승리의 함성이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말 그대로 왕의 귀환이었다.
전주=박상경 기자 kazu1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