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절 한국축구를 대표했던 공격수인 전북 현대 이동국과 울산 현대 설기현. 1979년 생 동갑인 둘은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선수였다.
새삼 둘의 롤러코스터같은 축구인생이 조명됐다. 나란히 유럽리그에 진출했지만 설기현은 비교적 성공했고, 이동국은 좌절을 맛봤다. 이동국이 꾸준히 K-리그에서 성과를 낸 반면, 설기현은 지난해 10년 간의 유럽 생활을 정리하고 뒤늦게 K-리그를 선택했다.
설기현은 이번 챔피언십에서 울산 돌풍의 주역이었다. FC서울과의 6강 플레이오프(PO)에서 도움 2개를 기록하며 3대1 승리를 이끌었다. 포항 스틸러스와의 PO에서는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1대0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정규시즌 부진을 말끔하게 날렸다.
2차전에서 마주한 이동국과 설기현이 다시 화제를 낳았다. 베테랑다운 모습, 팀을 대표하는 선수다운 모습을 보였다.
전반 24분 페널티킥을 얻어 낸 이동국이 키커로 나섰다. 통산 최다골 타이 기록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였다. 그가 킥을 할 때 전주 팬들은 숨을 죽이고 지켜봤다. 그러나 이동국의 킥은 울산 골키퍼 김영광의 손에 걸렸다. 관중석에서 아쉬움의 탄성이 쏟아졌다.
후반 14분 전북 최철순이 다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0-1로 뒤지던 전북으로선 전반전 이동국의 페널티킥 실축이 떠오를만 했다. 그런데 이동국이 아닌 에닝요가 키커로 나서 성공시켰다. 이동국으로선 아쉬움이 남을 만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전북으로선 확실한 골이 필요했다.
시즌 내내 골 갈증에 시달렸던 설기현은 빅매치에서 존재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후반 11분 오른발로 전북 골문을 활짝 열었다. 비록 역전패로 빛이 바랬지만 설기현의 이름값을 확인할 수 있는 골이었다.
2차전까지 숨막히는 승부를 펼친 울산과 베테랑 설기현의 맹활약, 그리고 이동국의 통산 최다골 경신 도전-실패. 수 많은 스토리를 만들어낸 2011년 K-리그 챔피언결정전이었다.
전주=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