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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극약 처방이었다. 스티브 브루스 선덜랜드 감독이 1일(한국시각) 전격 경질됐다.
'친정' 위건전에서의 패배가 결국 결정타가 됐다. 선덜랜드는 지난 26일 리그 최하위를 달리던 위건과의 홈경기에서 인저리타임 역전골을 허용하며 1대2로 주저앉았다. 팬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13라운드까지 고작 2승을 건지며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2승5무6패로 강등권 직전의 리그 16위로 내려앉았다. 북동부 지역 라이벌 뉴캐슬이 리그 4위권을 유지하며 승승장구하는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팬심은 완전히 등을 돌렸다. 브루스 감독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표해왔던 엘리스 쇼트 구단주가 결단을 내렸다. 구단 홈페이지 성명서를 통해 "선덜랜드는 어려운 시기에 직면했다. 기대하지 않았던 상황이다. 구단주로서 쉽게 내린 결정이 아니다. 부진한 성적 속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2009년 위건에서 선덜랜드로 온지 2시즌 13경기만에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조원희를 발탁하며 한국선수의 영민함과 성실함에 반했다던 '지한파' 브루스 감독은 2011년 여름 지동원(20)을 발탁했다. 같한 관심을 쏟았다. 인터뷰때마다 "선덜랜드의 미래"라는 말로 사기를 북돋웠다. "어린 선수인 만큼 시간이 필요하다. 12~18개월간 시간을 주겠다"는 말로 적응의 부담감도 덜어줬다. 총 13경기 가운데 10경기에 교체 출전시키며 짧지만 꾸준한 기회를 보장했다. 지난 10월 A매치데이때 니얼 퀸 회장과 함께 한국을 직접 방문, 지동원과 한국 축구팬들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보여주기도 했다. 최근엔 지동원의 군대 문제를 언급하며 "런던올림픽 때 영국 다음으로 한국을 응원하겠다. 이유는 지동원 때문"이라는 말로 애정을 표했다.
새로운 환경에 한창 적응중인 지동원으로서는 반갑지 않은 돌발상황이다. 다시 출발선에 서야 한다. 변화가 달갑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미리 속단하거나 앞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실력으로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했다. 스무살 유망주로서 이미 리그 10경기를 소화했다. 충분치 않은 출전시간 속에 1골1도움을 기록하며, 빠른 속도로 빅리그에 녹아드는 적응력을 선보였다. 물론 후임으로 올 감독의 성향에 따라 지동원의 미래가 좌우될 것은 당연하다. 어느 감독이 오든 주어진 짧은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는 기존의 마음가짐을 좀더 강하게 다질 필요가 있다. 오히려 새로운 변화와 도전이 지동원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스트라이커는 골로 말한다. 실력은 모든 편견을 이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