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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계에는 79년생 모임이 있다. 이 친목모임의 중심이 전북 현대 주포 이동국(32)이다. 이동국의 단짝 친구 김은중(32·강원)도 모임의 핵심 멤버다. 그런데 79년 1월생인 설기현(32·울산 현대)은 그 모임에 들어가 있지 않다. 설기현은 79년 1월8일생으로 78년생들과 함께 학교를 다녔다. 따라서 이동국이 포항제철공고 3학년이었던 97년, 이미 설기현은 광운대에 체육특기생으로 입학했다.
설기현은 안트워프에서 인정을 받고 벨기에 명문 안더레흐트를 거쳐 영국 울버햄턴, 레딩, 풀럼까지 갔다. 2002년 한-일월드컵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선 천금의 동점골을 넣어 팬들의 기억에 오래도록 남았다. 2006년 독일월드컵 최종엔트리에도 들어 프랑스와의 조별리그 경기에서 박지성 동점골의 시발점이 됐다. 설기현은 10년간의 유럽 생활을 접고 지난해 포항을 거쳐 지금 울산의 주전 공격수로 뛰고 있다.
이동국은 2001년 독일 베르더 브레멘에 진출했다가 적응에 실패했다. 2007년부터 1년6개월 동안 잉글랜드 미들즈브러에서 뛰었지만 정규리그 골 없이 마감하고 K-리그로 돌아왔다. 이동국은 설기현이 한-일월드컵 4강 달성으로 병역특례를 받았을 때 전국을 돌며 방황했다. 이동국은 병역특례를 받지 못했고 광주상무에서 군복무했다. 또 이동국은 2006년 독일월드컵을 두 달 앞두고 무릎을 다쳐 TV로 경기를 지켜봤다.
이동국은 K-리그 276경기에서 115골(47도움)을 터트렸다. A매치 기록은 86경기에서 25골을 넣었다. 설기현은 K-리그 55경기에서 13골(13도움), A매치 83경기에서 19골을 기록했다.
그동안 이동국의 축구인생은 '새드 무비(슬픈 영화)'에 가까웠다. 반대로 큰 경기에 강했던 설기현은 운좋게 '해피엔딩'이 많았다. 이번에 둘 중 한 명은 웃고, 다른 한 명은 울게 된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