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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있는 홍 철, 드래프트에 촉각 곤두세운 이유는?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1-11-11 10:08


성남의 막내에서 탈피한 홍 철. 스포츠조선DB.

9일 펼쳐진 K-리그 신인드래프트 추첨. 쓸만한 선수가 없다는 평가속에서도 각 구단들은 눈치싸움과 옥석가리기를 했다. 각 팀 감독들은 호명되는 이름마다 탄식과 환호를 반복했다.

저 이역만리에서도 드래프트에 촉각을 곤두세운 남자가 있다. 신인선수의 가족이 아니다. 두바이에 있는 A대표 왼쪽 윙백 홍 철(21·성남)이 주인공이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아랍에미리트와의 경기를 위해 멀리 두바이로 간 홍 철은 드래프트 결과에 주목했다. 선수가 소속팀의 드래프트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홍 철에게는 한가지 이유가 더 있다.

1990년생 홍 철은 성남에서 막내다. 선배들의 귀여움을 받지만, 궂은일도 도맡아 해야 한다. 팀내 유일한 국가대표라는 훈장도 막내의 임무를 피해가지 못한다. 특히 간식돌리기는 성남 막내라면 빼먹지 않고 해야 될 일이다. 합숙할때 구단에서 주는 간식을 각 선배방으로 배달해야 한다. 노크한 뒤 '간식이요'라는 홍 철의 목소리는 성남 숙소에서 9시마다 들을 수 있는 소리다. 어느덧 프로데뷔 3년차가 돼 가는 홍 철도 슬슬 막내 자리에서 탈피하고 싶어졌다.

A대표 훈련을 마친 뒤 바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홍 철은 트위터를 통해 팔로워들에게 '성남 드래프트 결과 좀 알려주세요'라고 올린 뒤, 성남 드래프트 결과에 집중했다. 신태용 감독은 홍 철의 마음과 달리 1순위에 1990년생 전현철을 시작으로 번외 2번 지명까지 계속 1988년, 1989년생 선수들을 뽑았다. 홍 철은 트위터에 '1991년생 없어요? 내년에도 간식돌리게 생겼네'고 남겼다.

지성이면 감천일까. 드디어 홍 철보다 어린 선수가 뽑혔다. 10번째이자 번외4 지명에서 마침내 1993년 김영재가 선발됐다. 이 소식을 들은 홍 철은 즉각 기쁨을 표했다. '굿굿 내가 원하던 내가 꿈꿔왔던 93년생ㅋㅋ.' 홍 철은 팀의 부주장인 김성환에게 '이제 3년차인데 똑똑똑 간식이요~ 이러면서 들어갈 순 없잖아 형'이라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최다지명을 한 신태용 성남 감독은 드래프트 결과에 대해 "아주 만족스럽다.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뽑았다"고 했다. 그러나 진짜 승자는 홍 철이었다. 홍 철은 성남의 신인드래프트를 이렇게 평했다. '드래프트 참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울고 있을것이다. 어쩔수 없는 현실이다. 받아들여야만 하는거다. 암튼 1993년생 왔으니 잘뽑은거같다 성남은^^.'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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