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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1년 앞으로 다가운 축구협회장 선거, 움직임이 시작됐다는데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1-11-02 07:59 | 최종수정 2011-11-03 14:01


지난해 8월 5일 20세 이하 여자월드컵대표팀 해단식에 참석한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과 조중연 회장, 조광래 남자A대표팀 감독(오른쪽부터) 스포츠조선 DB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은 2012년에 무보수로 일하기로 했다. 2009년 1월 한국축구 수장 자리에 오른 이후 지금까지 월 100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아갔다. 그런데 내년에는 월급을 받지 않고 봉사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축구인들 사이에선 조 회장이 2013년 1월 있을 축구협회장 선거에 다시 출마할 생각이 있다는 얘기가 파다하게 퍼졌다. 또 조 회장이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재선을 노린다는 소문까지 확산됐다. 조 회장은 정 전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물러나면서 2009년 선거에서 허승표 드림웍스 회장(전 한국축구연구소 이사장)을 제치고 축구협회장이 됐다. 내년이 4년 임기의 마지막 해다.

선거까지는 앞으로 1년 3개월 정도 남았다. 멀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도 않다. 내년 하반기가 되면 축구협회 산하 연맹 회장 선거가 있다. 이게 축구협회장 선거의 전초전이다. 따라서 2012년이 되면 한국축구는 선거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축구협회가 있는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을 중심으로 축구인들 사이에선 온갖 얘기들이 돌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조 회장이 독자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조 회장은 정 명예회장의 후광을 업고 수장 자리에 올랐다. 조 회장은 정 회장을 도와 2002년 한-일월드컵 성공 개최 등으로 한국축구의 위상을 끌어올렸다. 정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조 회장이 권력을 이양받은 셈이다. 대표적인 축구 야당 인사인 허승표 회장이 맞섰지만 2009년에는 집권 여당의 벽이 높았다. 당시 28명의 대의원 투표에서 조 회장이 18표, 허 회장이 10표를 받았다.

조 회장은 정 명예회장의 도움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서고 싶다. 영원한 2인자가 아닌 1인자를 노릴 수 있다. 조 회장은 지난해 허승표 회장쪽 인사로 분류되는 조광래 감독을 A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그 과정에서 축구인들의 목소리를 수용했다. 축구 야권의 손을 잡아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조 회장과 정 명예회장의 밀월 관계가 쉽게 끊어지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서로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아직 정 명예회장이 뿌려놓은 조직과 사람들을 배제하고 재선을 하기에는 힘든 부분이 있다. 협회는 지난해 협회장 선거와 관련된 규정을 바꾸었다. 중앙 대의원(5명) 제도를 폐지했다. 2009년 선거 때 허승표 회장 쪽에서 선거관리위원회에 중앙 대의원제가 부당하다고 제소했고, 축구협회가 수용했다. 개정된 규정에 따르면 다음 선거에선 지방축구협회장 16명과 협회 산하 연맹 회장 8명이 투표를 하게 된다. 각 한 표씩 행사하며 과반수의 표를 얻는 후보가 당선된다. 총 24표 중 13표 이상을 얻는 쪽이 이긴다.

현재 상황에서 정 명예회장이 미는 후보에게 갈 표는 최소 4표다. 프로연맹(정몽규 회장), 내셔널리그(권오갑 회장), 여자연맹(오규상 회장), 울산시축구협회장(송용근)이 정 명예회장 쪽 사람들이다. 정몽규 회장은 정 명예회장의 친인척이고, 권 회장은 현대중공업그룹 내 현대오일뱅크 사장이다. 오규상 회장 역시 울산 현대 부단장 출신으로 정 명예회장을 돕는다. 물론 내년 협회 산하 회장 선거 등의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 회장은 정 명예회장을 외면할 수 없다.

정 명예회장의 고민도 있다. 국내 축구판에서 발을 뺄 생각은 없다. 그렇다면 자신과 뜻을 같이 하는 행정가가 협회장에 올라야 한다. 그런데 조 회장 말고 내세울 만한 축구인이 마땅치 않다. 대안을 찾고 싶어도 아직은 조 회장 만한 인물이 없다.

허승표 회장 쪽은 이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허 회장은 두 번 도전했다가 실패한 아픈 경험이 있다. 다시 선거에 나올 의지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몇몇 지방축구협회에서 조 회장 등 여권과 다른 목소리를 낼 움직임이 있다. 또 협회장 선거는 내년 정치권의 총선, 대선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축구 야권이 정치 야당과 손잡을 경우 매우 복잡하게 돌아갈 수 있다. 그래서 조 회장은 지방협회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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