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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은 2012년에 무보수로 일하기로 했다. 2009년 1월 한국축구 수장 자리에 오른 이후 지금까지 월 100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아갔다. 그런데 내년에는 월급을 받지 않고 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 중 하나가 조 회장이 독자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조 회장은 정 명예회장의 후광을 업고 수장 자리에 올랐다. 조 회장은 정 회장을 도와 2002년 한-일월드컵 성공 개최 등으로 한국축구의 위상을 끌어올렸다. 정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조 회장이 권력을 이양받은 셈이다. 대표적인 축구 야당 인사인 허승표 회장이 맞섰지만 2009년에는 집권 여당의 벽이 높았다. 당시 28명의 대의원 투표에서 조 회장이 18표, 허 회장이 10표를 받았다.
조 회장은 정 명예회장의 도움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서고 싶다. 영원한 2인자가 아닌 1인자를 노릴 수 있다. 조 회장은 지난해 허승표 회장쪽 인사로 분류되는 조광래 감독을 A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그 과정에서 축구인들의 목소리를 수용했다. 축구 야권의 손을 잡아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 상황에서 정 명예회장이 미는 후보에게 갈 표는 최소 4표다. 프로연맹(정몽규 회장), 내셔널리그(권오갑 회장), 여자연맹(오규상 회장), 울산시축구협회장(송용근)이 정 명예회장 쪽 사람들이다. 정몽규 회장은 정 명예회장의 친인척이고, 권 회장은 현대중공업그룹 내 현대오일뱅크 사장이다. 오규상 회장 역시 울산 현대 부단장 출신으로 정 명예회장을 돕는다. 물론 내년 협회 산하 회장 선거 등의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 회장은 정 명예회장을 외면할 수 없다.
정 명예회장의 고민도 있다. 국내 축구판에서 발을 뺄 생각은 없다. 그렇다면 자신과 뜻을 같이 하는 행정가가 협회장에 올라야 한다. 그런데 조 회장 말고 내세울 만한 축구인이 마땅치 않다. 대안을 찾고 싶어도 아직은 조 회장 만한 인물이 없다.
허승표 회장 쪽은 이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허 회장은 두 번 도전했다가 실패한 아픈 경험이 있다. 다시 선거에 나올 의지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몇몇 지방축구협회에서 조 회장 등 여권과 다른 목소리를 낼 움직임이 있다. 또 협회장 선거는 내년 정치권의 총선, 대선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축구 야권이 정치 야당과 손잡을 경우 매우 복잡하게 돌아갈 수 있다. 그래서 조 회장은 지방협회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