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철 감독, K-리그에서 보낸 12경기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1-10-31 12:38


12경기를 치른 초보 유상철 대전 감독은 성숙해진 모습으로 내년 시즌 준비에 돌입했다. 22일 전북전에서 지시하는 유 감독.. 전주=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12경기 동안 3승3무6패. 유상철 대전 감독의 첫 성적표다.

유 감독은 30일 광주와의 K-리그 마지막 라운드를 1대0 승리로 이끌며 다사다난했던 시즌을 마감했다. 부임한지 3개월이 조금 넘었지만, 3년 같이 느껴졌다. 짧은 시간 속 적지 않은 경험을 한 유 감독은 성숙해진 모습이었다. 유 감독은 "12경기를 치르면서 많은 것을 겪었다. 어떻게 감독을 해야하는지 이제 조금씩 알 것 같다"고 했다.

유 감독은 지난 7월 승부조작 파문으로 위기에 빠진 대전의 소방수였다. 어려운 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부딪혀 보기로 했다. 유 감독은 초보 감독 답지 않게 빠르게 팀을 추스렸다. 패배주의에 빠진 선수들을 일으켜세웠다. 유 감독도 "처음 부임하고 팀을 정비하는 쪽에 초점을 많이 뒀다. 짧은 기간 동안 침체됐던 팀 분위기가 자리를 잡은 것 같아서 기쁘다"며 선수단 정신 개조를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성과도 바로 나왔다. 7월 23일 강원과의 데뷔전 승리(1대0 승)를 비롯, 초반 4경기에서 2승1무1패라는 호성적을 올렸다. 강력한 압박을 앞세운 기동력 넘치는 축구는 대전의 새로운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초보 감독에게 K-리그의 벽은 만만치 않았다. 이후 7경기(2무5패)에서 한번도 이기지 못했다. 부상과 징계로 출전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부터 꼬였다. 그러나 조급해하지 않았다. 준비했던 전술을 밀어붙였다. 유 감독은 "어차피 본 게임은 내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여러가지를 실험해봤다. 감격적인 승리도, 드라마틱한 무승부도, 대패도 맛봤다. 경험을 쌓고, 문제점을 알게 된 것은 큰 소득이라고 생각한다. 올시즌 찾은 문제를 내년에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유 감독은 12경기 동안 어느팀과도 해볼만하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도 소득이라고 했다.

입버릇처럼 '내년 시즌이 중요하다'고 말했던 유 감독에게 내년 시즌은 이제 현실이 됐다. 전력 강화를 위해 밤낮없는 프리시즌을 보낼 예정이다. 유 감독은 "말을 해줄 순 없지만 선수 영입 작업을 시작했다. 우리 전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수준 높은 선수들과 용병들이 대상이다"고 했다. 기존 선수들에겐 혹독한 겨울 훈련이 예정됐다. 대전 선수단은 유 감독 부임 후 늘어난 훈련량에 힘들어했다. 유 감독은 지금 대전 선수들이 하는 훈련은 겨울에 있을 훈련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고 엄포를 놨다. 목표는 강등 전쟁을 펼치지 않을 8위권 진입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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