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최용수 감독 시즌내내 극적인 드라마 썼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1-10-31 14:39


◇최용수 감독 대행 스포츠조선 DB

극적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수석코치로 출발한 그는 4월 26일 불쑥 지휘봉을 잡았다. 황보관 전 감독이 자진사퇴하자 선장이 됐다.

출발 때문일까. 그는 시즌내내 극적인 드라마를 썼다. 최용수 FC서울 감독대행(40)은 극적 승부의 대명사가 됐다. "유난히 극적인 승부가 많았다." 그도 수줍게 웃는다.

피말리는 승부는 세리머니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5월 8일 상주와의 원정경기에서 후반 42분 4-3을 만들자 테크니컬 에어리어(경기 중에 감독이 팀을 지휘하는 벤치 앞 지역)를 벗어나 선수들과 얼싸안고 기뻐했다. 마치 우승컵을 거머쥔 분위기였다.

8월 16일 전남전에서는 농구로 따지면 일종의 '버저비터 골'이 터졌다. 경기 종료 직전 마지막 공격에서 몰리나가 골을 터트려 1대0으로 승리했다. 골망이 흔들리자 그도 흥분을 주체하지 못했다. 왼쪽 코너 플래그까지 달려간 그는 몰리나를 향해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했다.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아르마니 양복 바지가 찢어졌다. 무릎도 까졌다. 흰색 와이셔츠는 초록색으로 물들여졌지만 얼굴은 '개구쟁이 미소'로 가득했다.

지옥과 천당도 오갔다. 7월 9일 상주와의 홈경기에서는 상대가 골키퍼가 없어 필드 플레이어가 골문을 지켰다. 서울의 낙승이 예상됐다. 그러나 90분이 흐른 뒤에도 2-2였다. 다행히 인저리타임에 방승환의 결승골이 터져 3대2로 승리, 체면을 살렸다.

30일 정규리그 마지막 라운드도 최 감독다운 마침표였다. 그는 경기 직전 "운칠기삼(일의 성패에서 실력은 3이고 운이 7로 작용한다는 말)"이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진주종합경기장에서 경남과 맞닥뜨린 서울은 전반을 0-0으로 마쳤다. 반면 수원은 홈에서 제주에 1-0으로 앞섰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서울은 경남을 3대0으로 꺾고 다득점에서 수원에 앞서 3위를 탈환했다. K-리그 최고 라이벌인 두 팀은 나란히 승점 55점(서울·16승7무7패, 수원·17승4무9패), 골득실차 +18로 동률을 이뤘다. 득점에서 서울이 56골, 수원이 51골을 기록했다. 수원은 이날 제주를 2대0으로 물리쳤다.

첫 시즌의 감회가 남다르다. "여러 경기들이 생각나지만 상주와의 홈경기에서 극적으로 승리를 거둔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시 패닉 상태였다. 과연 서울이 이것 밖에 안되는지 고민했다. 다행히 인저리타임에 골이 터지고 7연승까지 갔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는 한으로 남는다. 서울은 알 이티하드의 벽을 뚫지 못하고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최 감독은 "아쉬운 경기는 알 이티하드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원정 경기였다. 내 판단 미스로 우리 것을 못했다. 상대가 조직적으로 잘 준비가 안된 시기였는데 선수비-후역습으로 나갔다"며 후회했다.

그는 '형님+긍정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었다. 32경기에서 20승5무7패를 기록했다. 15위까지 추락한 팀을 3위에 올려놓은 것이 감독 최용수의 현주소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