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하대성 해트트릭, 라이벌의 지축이 흔들렸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1-10-30 19:41


◇경남전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한 하대성. 스포츠조선 DB

극적인 90분 드라마였다.

30일 오후 3시 나란히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공간은 달랐지만 K-리그 최고의 라이벌답게 피말리는 접접이었다. 2011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최종전이 벌어진 이날 FC서울이 수원 삼성을 누르고 3위를 탈환했다. 피날레의 주인공은 해트트릭을 작성한 중원사령관 하대성(26·서울)이었다.

전반 45분이 끝났을 때 3위의 추는 수원으로 기울었다. 마토의 골로 수원이 제주에 1-0으로 앞섰다. 진주종합경기장에서 경남FC와 맞닥뜨린 서울은 득점없이 전반을 마쳤다. 최용수 서울 감독대행은 수원이 리드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전반 종료 후 선수들에게 크게 주문한 것은 없었다. 포지션간의 간격이 벌어진 것을 지적한 후 공격 축구를 하자고 주문했다."

후반 2분 데얀의 헤딩슛이 크로스바를 강타했다. 골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그 순간 하대성이 번쩍였다. 후반 14분과 32분, 40분 순식간에 3골을 몰아쳤다. 수원도 뒷심을 발휘했다. 후반 44분 스테보가 두 번째 골을 터트렸다. 그러나 더 이상 골망은 흔들리지 않았다.

다득점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서울과 수원은 나란히 승점 55점(서울·16승7무7패, 수원·17승4무9패), 골득실차 +18로 동률을 이뤘다. 순위는 승점, 골득실차가 같을 경우 다득점으로 결정된다. 득점에서 서울이 56골, 수원이 51골을 기록했다. 3위는 서울의 몫이었다.

하대성의 부활은 또 다른 극적인 드라마였다. 지난해 전북 현대에서 서울로 이적한 하대성은 팀에 10년 만의 우승컵을 선물했다. 기쁨도 잠시, 올초 동계전지훈련 때 오른쪽 햄스트링을 다쳤다. 시즌 개막 한 달여가 지난 4월 16일 처음 경기에 나섰다. 그가 없는 사이 서울은 15위로 추락했다. 황보관 전 감독은 하대성의 복귀만을 바랐지만, 돌아오자마자 악재를 뚫지 못하고 열흘 후 자진사퇴했다. 하대성의 부상 암초는 시작에 불과했다. 5월에는 어깨 근육이 찢어졌다. 타박상에 이어 최근에는 허리 디스크로 주춤했다. 경기를 뛰는 시간보다 재활하는 시간이 더 길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 좌절도 그의 공백이 컸다.

하대성은 경남전 전까지 17경기 출전에 그쳤다. 최 감독은 승부수를 던졌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하대성을 공격형으로 돌렸다. 그런데 2004년 프로에 데뷔한 후 개인 통산 첫 번째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최 감독은 "뜻밖이었다"며 웃었다. 하대성은 "프로에서 해트트릭은 처음이라 얼떨떨하다. 3골을 넣은 것보다 수원에 앞서 3위를 차지한 것이 더 좋다"며 "부상 때문에 심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여전히 훈련과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좋은 결과로 마무리해서 다행이다. 플레이오프까지 100%의 몸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 잘 준비하면 목표인 우승까지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서울은 하대성의 특급 활약 덕분에 6강 플레이오프(PO)는 물론 준PO를 홈에서 개최할 수 있게 됐다.
진주=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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