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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K-리그 정규리그가 단 1경기 만을 남겨두고 있다.
3월 초부터 7개월여 간 숨가쁘게 달려온 16개 팀의 표정은 제각각이다. 1, 2위 자리는 이미 전북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의 몫으로 돌아갔다. 1골 차이로 3, 4위가 갈려 있는 수원 삼성과 FC서울은 최종전 결과에 따라 순위가 바뀔 수 있다. 6강 플레이오프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아직 두 팀이 더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신경이 쓰이는 것은 일명 '고춧가루 부대'로 통하는 맞상대들이다. 이미 6강 경쟁과 멀어져 동기부여는 떨어지지만, 남의 집 잔칫상까지 차려주고 싶지 않다는 이들의 의지는 적잖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울산과 부산은 각각 대구FC와 강원FC를 상대하게 된다. 대구는 후반기 상승세를 타면서 내년 시즌 가능성을 발견했고, 강원은 지난주 안방에서 대구를 꺾고 자신감을 찾은 상태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울산과 부산이 한 수 위로 평가된다. 그러나 최종 라운드에서는 전력보다는 집중력에서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상위팀은 긴장, 하위팀은 동기부여가 승리의 관건이었다. 이런 면에서 보면 울산과 부산이 마냥 승리한다고 장담하기는 힘들다. 더군다나 대구와 강원은 올해 리그에서 울산과 부산에게 좋은 기억이 있다. 울산은 첫 맞대결에서 대구에게 진땀승을 거뒀다. 부산은 강원이 리그 13경기 만에 잡은 첫 승 제물이었다. 이영진 대구 감독은 "우리 안방에서 갖는 경기다. 울산에게 호락호락 질 생각은 없다"고 호언장담했다. 김상호 강원 감독도 "지독한 불운만 따랐던 올 한해를 멋지게 마무리하고 싶다"며 부산전 필승의 각오를 드러냈다.
이미 6강행을 확정지은 서울과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하는 전북도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맡게 됐다. 6강행을 위해 마지막 경기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경남과 전남을 상대로 각각 원정 경기를 펼친다. 서울은 6강전 승자끼리 만나는 준플레이오프를 안방에서 치를 수 있는 3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무조건 경남을 꺾어야 하는 상황이다. 전력과 동기부여 모든 면에서 경남에 뒤쳐지지 않는다. 일찌감치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전북은 챔피언전까지 기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전남전 승리가 필요하다. 두 팀 모두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할 이유가 충분하다.
박상경 기자 kazu1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