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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리(31·셀틱)에겐 악몽같은 데뷔전이 될 뻔 했다. 차두리가 생애 처음으로 유로파리그 본선 무대에 섰다. 21일(이하 한국시각) 프랑스 렌에서 열린 스타드 렌과의 2011~2012 유로파리그 I조 조별예선 세 번째 경기였다. 하지만 유로파리그 데뷔전의 기쁨은 자살골로 인해 금세 사그라들었다. 셀틱은 선제 실점을 허용하며 0-1로 전반을 마쳤지만 후반에 레들리가 헤딩 득점에 성공, 1대1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앞선 조별예선 두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한 닐 레넌 셀틱 감독은 첫 승을 위해 승부수를 띄었다. 공격적인 전술로 프랑스리그의 강호 렌에 맞서기로 한 것. 공격전술의 중심에는 동반 선발출전한 코리안 듀오 기성용(22)과 차두리가 있었다.
지난 15일, 차두리는 부상 복귀전이었던 킬마녹과의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수비보다는 공격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빠른 측면 돌파에 이은 날카로운 크로스로 셀틱 공격의 첨병역학을 했다. 전반 초반에는 스톡스에게 완벽한 크로스를 배달했지만 스톡스가 어이없이 공을 차버려 시즌 첫 공격포인트를 놓치기도 했다.
이 경기를 통해 레넌 감독은 차두리의 공격본능을 높이 평가한 듯 하다. 개리 후퍼, 사마라스 등 공격진의 부상도 차두리가 공격수로 무혈 입성할 수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차두리는 공격에서도 이렇다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수비에서는 실수를 보이며 자살골로 팀에 패배를 안길뻔 했다.
전반 31분이었다. 렌의 골키퍼 코스틀이 재빠르게 찬 볼이 셀틱 진영 페널티 박스 근처에 있던 차두리에게 강하게 굴러왔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진행된 역습이었기에 수비진영에는 차두리와 골키퍼 포스터 밖에 없었다. 공을 걷어 내거나 골키퍼에게 살짝만 굴려만 줘도 되는 상황. 그러나 차두리가 찬 볼은 역동작이 걸린 포스터의 반대 방향으로 향했고 힘없이 땅볼로 굴러가더니 셀틱의 왼쪽 골망을 갈랐다. 차두리는 황당하다는 듯 머쩍은 웃음만 지었다.
차두리는 자책골을 만회하려는 듯 적극 뛰어 다녔다. 기성용과 2대1 패스를 주고 받으며 상대 수비진을 허물었다. 후반 19분이 백미였다. 오른 측면 돌파를 시도한 차두리는 스루 패스를 받자마자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했고 골키퍼가 다이빙을 하며 간신히 볼을 쳐냈다. 그 볼은 기성용의 발끝으로 향했다. 그는 오른발 안쪽으로 감아차는 슈팅을 시도했지만 볼은 크로스바를 넘고 말았다. 그러나 셀틱은 후반 25분 멀그루의 왼발 프리킥을 레들리가 헤딩으로 연결, 만회골을 터뜨렸다.
기성용과 차두리는 공격에서 적극 가담했다. 하지만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한 채 팀의 무승부를 지켜봐야만 했다. 기성용은 후반 45분 교체아웃됐고 차두리는 풀타임 출전했다.
셀틱은 2무1패로 렌과 동률을 이뤘지만 골득실에서 뒤져 I조 4위, 렌은 3위를 그대로 지켰다.
한편, 같은 조에 속한 우디네세(이탈리아)는 스페인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2대0으로 제압하고 2승1무로 조 선두에 올랐다. 선두를 지키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1승1무1패를 기록하며 2위로 추락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