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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하루전 감독과 동반 기자회견을 했던 선수가 그 다음날 경기 출전 엔트리(18명)에 빠진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하지만 맨유에선 그런 일이 벌어진다.
맨유 박지성(30)은 선수 대표로 기자회견을 했고, 19일(한국시각) 루마니아 부카레스트에서 벌어진 유럽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3라운드 오체룰 갈라치전(2대0 맨유 승) 출전 엔트리에선 제외됐다. 퍼거슨 맨유 감독은 엔트리를 짜면서 깊은 고민을 한다. 이번에도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
퍼거슨 감독은 공격에 무게를 두었다. 선발 투톱은 루니, 에르난데스를 내세웠다. 그리고 후보 7명 중에 공격수 3명을 앉혔다. 베르바토프, 오언, 웰벡이었다. 나머지 후보 4명은 미드필더 1명(플레처), 수비수 2명(존스, 에반스), 골키퍼 1명(데헤아)이었다.
맨유는 갈리치전에 앞서 두 경기에서 승리가 없었다. 포르투갈 벤피카와 1대1로, 스위스 FC바젤과는 3대3으로 비겼다. 갈라치전에서 승점 3점을 챙기지 못할 경우 남은 3경기가 큰 부담이 될 수 있었다. 원정이지만 공격적으로 밀고 나가는 결단을 내렸다.
박지성의 투입 여부를 놓고도 이 부분에서 고민했을 것이다. 수비형 윙어인 박지성은 측면과 중앙 미드필더 어디에 세워도 자기 몫은 했다. 따라서 박지성은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선발 또는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퍼거슨은 다목적 카드인 박지성 보다 골을 넣어 무조건 승리하는데 최우선을 두고 엔트리를 짰다. 퍼거슨은 수비수 한 명을 놓고 드리블 돌파가 가능한 나니와 발렌시아를 좌우 측면 미드필더로, 최전방에 루니와 에르난데스를 선발 투입했다. 맨유는 수비 위주로 나온 갈리치에 고전하다, 루니의 페널티골 두 방으로 승리했다. 공격적인 선수 구성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경기 내용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맨유는 앞으로 다음달 6일 선덜랜드전까지 5경기를 1주일에 두 경기씩 치러내야 한다. 강행군이다. 당장 23일 정규리그 우승후보로 꼽히는 맨체스터 시티와 더비 경기를 갖는다. 26일에는 칼링컵 올드샷타운전, 29일 에버턴전, 11월 3일 갈라치와의 챔피언스리그 4차전이 잡혀 있다.
가장 많이 뛰고 체력 소모가 큰 미드필더들의 체력안배가 필요한 상황이다. 퍼거슨 입장에선 갈라치전을 준비하면서도 전력이 업그레이드된 맨체스터 시티와의 홈경기까지 신경 쓸 수밖에 없다. 따라서 큰 경기에 강한 박지성과 긱스 등에게 충분한 휴식을 주는 배려를 했을 수도 있다. 박지성, 긱스, 영 모두 15일 리버풀전(1대1 무)에 선발 출전했었다.
결과적으로 퍼거슨은 핵심 미드필더 3명을 아끼면서 승리까지 챙겼다. 퍼거슨의 용병술은 성공작으로 평가할만하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