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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전 분석]전반과 후반 왜 달랐나, 삼각형의 비밀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1-10-11 22:02


상대 자책골을 보태 한 골차 승리는 성에 차지 않았다. 후반 위기관리 능력은 그나마 위안이었으나, 경기 종료 실점을 허용한 것은 뼈아팠다.

전반 45분은 졸전이었다. 태극전사들의 컨디션은 훈련 때와는 사뭇 달랐다. 스티브 브루스 선덜랜드 감독이 현장을 찾아서 그럴까. 지동원의 몸은 무거웠다. 드리블은 길고 볼터치는 최악이었다. 결정적인 찬스도 놓쳤다. 캡틴 박주영은 의욕만 넘쳤다. '히든카드'로 오르쪽 윙포워드로 낙점받은 서정진은 소극적이었다.

상대를 너무 만만하게 본 탓일까. 잦은 패스미스로 흐름이 끊겼다. UAE의 역습이 오히려 더 위력적이었다. UAE는 최전방의 마타르를 제외하고 10명이 자기 진영에 진을 쳤다. 수적으로 열세였다. 반박자 빠른 킬패스로 공격을 전개해야 하지만 패스가 원활하지 못했다. 기성용의 롱패스가 몇 차례 위력적이었을 뿐이다. 상대의 압박에 조광래호의 패싱 축구는 희미해졌다. 포지션간의 간격 유지에 실패하면서 공수밸런스도 무너졌다.

변형 스리백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왼쪽 윙백인 김영권은 수비, 오른쪽 윙백인 최효진은 공격에 무게를 뒀다. 최효진이 공격에 가담하면 김영권은 이정수 홍정호와 스리백을 형성했다. 호흡이 맞지 않았다. 최효진의 마무리가 아쉬웠다. 크로스는 부정확했다. 최전방에선 쉴새없이 제로톱 시스템을 가동하며 포지션을 바꿨지만 비생산적이었다.

UAE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12위로 한국(29위)보다 83계단 아래다. 전반을 0-0으로 비긴 것은 이변이자 치욕이었다.

진용을 바꾸지는 않았다. 조 감독은 후반 한 포지션에 칼을 댔다. 중원을 삼각형에서 역삼각형을 돌렸다. 전반에는 정점에 구자철이 섰고,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에는 기성용과 이용래가 포진했다. 후반 밀집수비를 효과적으로 뚫기 위해 후반 이용래가 공격형으로 올라섰다. 기성용이 홀로 수비형 미드필더에서 공수를 조율했다. 이용래는 좌우, 중앙 빈공간이 생기면 어김없이 전진했다. 구자철은 섀도 스트라이커의 역할을 맡았다. 공격과 수비의 간격도 일정해졌다. 조직력이 갖춰지면서 상대 그물망 수비에 균열이 생겼다. 후반 6분 박주영의 결승골이 터지면서 숨통이 트였다. 13분 뒤에는 상대 자책골가 터지는 행운으로 다행히 승점 3점을 챙겼다.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아시아지역 예선 상대와의 전력 차는 크다. 홈이점도 특권이다. 설사 전반에 경기력이 나쁘더라도 후반에 전열을 재정비할 수 있다. 원정에서는 또 다른 문제다. 상대 역습에 수비 조직력과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점도 보완해야 할 과제다. 조광래호는 또 숙제가 남았다.
수원=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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