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박주영-지동원 'EPL 동병상련의 힘'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1-10-06 09:47


5일 오후 파주NFC에서 마주한 이동국(32·전북 현대) 박주영(26·아스널) 지동원(20·선덜랜드) 3인의 공격라인은 훈훈했다.

세계 최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이미 경험했거나 현재 경험중인 역대 11명의 코리안리거 중 3명이 나란히 늘어선 풍경이다.

4일 오후 귀국한 박주영과 지동원은 5일 선배 이동국과 처음으로 발을 맞췄다. 박주영도 지동원도 장거리 비행과 출전시간 부족으로 인해 몸도 마음도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다.

박주영은 지난 여름 아스널 이적에 성공하며 폭발적인 기대를 모았지만 아직 정규리그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지동원 역시 지난 7월 청운의 꿈을 품고 최연소 프리미어리거로 선덜랜드 땅을 밟았지만 후반 36분 '지동원 타임'이 굳어지고 있다. 국내 최고의 스트라이커이자, A대표팀의 주전으로 '풀타임'이 어쩌면 당연했던 이들로선 몸이 근질거릴 수밖에 없다. 절대적인 경기시간 확보에 대한 갈증이 크다. 말도 통하지 않고,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그곳에서 '맨땅에 헤딩'하며 온몸으로 부대껴야 한다. 누구나 마음으로 짐작은 한다. 하지만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맏형' 이동국은 이미 5년 전인 2006년부터 잉글랜드에서 잔인한 2시즌을 몸으로 경험했다. 주전 경쟁에 밀렸고, 부상에 신음했다. 결국 29경기 2골의 참담한 기록을 뒤로 한 채 짐을 쌌다. 누구나 성공보다는 실패를 통해 배운다. 다행히도 스트라이커 이동국의 축구 이력은 'EPL에서 실패한 공격수'에서 끝나지 않았다. 이를 악물었다. '서른두살의 노장' 이동국이 올시즌 K-리그에서 16골-15도움으로 펄펄 나는 데 지독한 시련의 시간들은 보약이 됐다.

텃세 심한 잉글랜드 무대에서 공격수로서 박주영, 지동원 두 후배들이 겪어낼 마음고생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한다. '동병상련'이다. EPL 출신 세 선수의 성장과 시너지가 기대되는 또 하나의 이유다.

이동국은 "나도 영국에서 힘든 시기를 많이 보냈다. 박주영, 지동원 모두 좋은 선수인 만큼 힘든 시간을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잉글랜드에서 실패를 하긴 했지만 도움이 된다면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지동원 역시 "'띠동갑' 선배 이동국과 함께 서게 된 것을 행운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후배인 내가 동국이형에게 먼저 다가가겠다. 영국생활에 대한 조언도 들어야 한다. 많은 것을 배우겠다"며 귀를 활짝 열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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