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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중계권 패소 판결, EPL에 어떤 영향 미치나?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1-10-05 10:15 | 최종수정 2011-10-05 10:16


◇이번 판결에서 승소한 포츠머스 선술집 주인 캐런 머피. 사진캡처=데일리 텔레그라프 홈페이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판도를 바꿔버릴만한 판결이 나왔다.

5일(한국시각) 유럽사법재판소(ECJ)는 시청자에게 값이 싼 위성방송 수신 카드와 방송을 선택할 권리가 있으며, 축구협회나 방송사가 이 권리를 제한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로인해 영국팬들에게 EPL경기를 비싼 스카이TV 위성 방송 수신료를 내지 않고도 싸게 시청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이번 재판은 잉글랜드 축구협회(FA) 측이 2005년 편법으로 그리스 위성을 수신해 EPL경기를 틀어주던 선술집을 상대로 협회와 스카이TV가 계약한 '영토 내 독점권 원칙'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1심에서 선술집 주인에게 8000파운드(약 1470만원)의 벌금형이 내려졌지만, 선술집 주인은 항소했다. 영국 법원은 EJC에 유권 해석을 의뢰했다. EJC는 축구협회로부터 경기 중계권을 구매한 방송사들이 값싼 외국산 수신 카드의 사용을 막고 특정 수신 카드만을 강요하는 것은 서비스 공급의 자유와 공정경쟁에 관련된 EU 법규에 위반된다고 했다.

이번 결정은 천문학적 중계권료를 바탕으로 성장해온 EPL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스카이TV와 ESPN은 2011~2013시즌까지 3년 간 영국 내 방송 중계권을 위해 18억파운드(약 3조3140억원)를 지불했다. 현재 FA는 EPL 중계권을 스카이TV나 ESPN 등 방송사에 국가 단위로 판매해, 영국에선 BSkyB, 그리스에선 노바 등이 독점중계권을 갖고 있다. 방송사들은 개별 국가마다 다른 암호가 내장된 수신 카드를 통해야만 시청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월 시청료를 부과했다. 국가 단위 독점 중계권을 바탕으로 돈을 벌던 이들 방송국은 이번 판결로 다음번 계약시 중계권료를 대폭 줄일 수 밖에 없게 됐다.

중계권료의 하락은 EPL팀들 수익 하락을 의미한다. 올시즌 기준으로 EPL사무국은 기본 중계권료로 3150만파운드(약 557억원)를 지불하고, 리그순위와 TV중계횟수에 따라 추가 지급한다. 이를 통해 최하위팀은 최소 3700만파운드(약 650억원), 우승팀은 5700만파운드(약 1000억원)까지 지급받게 된다. EPL팀들이 상, 하위팀을 막론하고 이적시장에서 큰 손으로 나설 수 있는 가장 큰 이유였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경우 팀마다 개별적으로 중계권 계약을 체결하며 부자구단과 최하위팀간의 중계권료는 무려 19배에 달한다.

맨유, 첼시, 맨시티 같은 빅클럽의 경우 수익구조가 다양하지만, 하위팀의 경우 중계권료에 수입의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수입이 하락하면 선수 영입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이는 리그의 질적하락까지 이어질 수 있다. EPL은 수준급의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며, 리그 수준을 끌어올렸다. 그 결과 매년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강세를 보이며 유럽축구연맹(UEFA) 리그 순위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이번 판결에 EPL 관계자들이 우려를 표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그러나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현재 EPL 중계권 시장은 점차 해외시장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EPL 사무국은 해외중계권료에 대한 명확한 액수를 밝히지 않았지만, 영국 언론들은 2011~2013시즌에 대한 해외중계권료 수익으로 12억파운드(약 2조1240억원)를 벌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2007~2010시즌 해외중계권료인 6억2500만파운드(약 1조1060억원)의 두배 가까운 수치이다.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 수요가 올라가고 있어, 충분히 국내 중계권료에 대한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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