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대불운, 선수는 울지만 팀은 웃는다?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1-10-05 09:08


전북 이동국. 스포츠조선DB

골대불운. '골대 맞히면 진다'는 축구계의 속설. 12cm밖에 되지 않는 골 포스트와 크로스 바의 폭에 선수들은 숱한 좌절을 맛봤다. 슈팅이 골대에 맞고 나오는 순간 당사자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거나 먼 하늘을 바라보기 일쑤.

하지만 이제는 크게 실망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최근 5년간 K-리그 기록들을 분석, 골대에 관한 속설을 파헤쳤다.

골대불운. 사실일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노(NO)'다. 최근 5년간의 기록들을 살펴보면 승리할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이후 경기 중 골대를 한 번이라도 맞혔던 팀의 승패는 247승153무227패. 승률이 50%가 약간 넘는다. 올시즌은 56승22무42패로 승률 58.5%다. 골대를 맞혀도 질 확률보다 이길 확률이 높다는 것이 기록으로 증명된 셈. 선수의 좌절이 곧 팀에게는 환희가 됐다. 한 경기에서 골대를 가장 많이 맞힌 경우는 3회인데, 패한 경우는 단 한 번에 불과했다. 안타까운 기록의 주인공은 제주다. 2007년 4월 15일, 제주의 김재성(28·현 포항) 전재운(30) 조진수(28)는 인천의 골대를 잇따라 맞히며 팀의 0대2 패배를 지켜봐야만 했다.

골대에 웃고 울은 팀은?

골대불운이 통하지 않는 팀은 '닥공(닥치고 공격)'의 전북이다. 6승2무로 패가 없으니 골대에 키스라도 해줘야 할 참이다. 포항과 서울, 울산도 승률 7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신생팀 광주는 27라운드까지 마친 현재 7승을 기록 중인데 골대를 맞힌 경기에서 5승을 거뒀다. 패한 적은 두 번 뿐이다. 반면 골대의 저주를 받은 팀은 상주와 제주다. 상주는 2무5패로 승이 없고 제주 역시 1승1무5패로 골대 징크스에 시달렸다. 상주가 골대를 맞힌 7경기의 슈팅이 모두 골로 연결됐다면 3승3무1패, 제주가 3승2무2패를 기록할 수도 있었다.

윤빛가람, 골대를 맞춰줘.

올시즌 '골대강타' 최다횟수는 총 14경기에서 15회를 기록한 경남이다. 승률은 60.7%로 높은 편. 그런데 경남은 윤빛가람(21)이 골대를 맞히길 기대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의 슈팅이 골대를 강타한 3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했으니 말이다. 울산도 설기현(32)이 골대불운에 시달린 3경기에서 2승1무의 호성적을 거뒀다. 반면 성남은 조동건(25)의 발끝을 주목해야 할 것 같다. 조동건의 슈팅이 골대에 맞은 3경기에서 팀이 모두 무승부를 거뒀다.


그렇다면 올시즌 골대를 가장 맞힌 선수는? 지난 3일 상주와의 27라운드에서 '골대 해트트릭'을 기록한 이동국(32)이다. 총 6번 하늘을 쳐다봤다. 이동국의 6번의 기회를 모두 골로 연결했다면 22골로 데얀과 득점 공동선두에 올랐을지도 모를 일. 임상협(23·부산)은 6경기서 6회, 아사모아(30·포항)은 5회, 김영후(28·강원)이 4회로 뒤를 이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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