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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대불운. '골대 맞히면 진다'는 축구계의 속설. 12cm밖에 되지 않는 골 포스트와 크로스 바의 폭에 선수들은 숱한 좌절을 맛봤다. 슈팅이 골대에 맞고 나오는 순간 당사자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거나 먼 하늘을 바라보기 일쑤.
결론부터 얘기하면 '노(NO)'다. 최근 5년간의 기록들을 살펴보면 승리할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이후 경기 중 골대를 한 번이라도 맞혔던 팀의 승패는 247승153무227패. 승률이 50%가 약간 넘는다. 올시즌은 56승22무42패로 승률 58.5%다. 골대를 맞혀도 질 확률보다 이길 확률이 높다는 것이 기록으로 증명된 셈. 선수의 좌절이 곧 팀에게는 환희가 됐다. 한 경기에서 골대를 가장 많이 맞힌 경우는 3회인데, 패한 경우는 단 한 번에 불과했다. 안타까운 기록의 주인공은 제주다. 2007년 4월 15일, 제주의 김재성(28·현 포항) 전재운(30) 조진수(28)는 인천의 골대를 잇따라 맞히며 팀의 0대2 패배를 지켜봐야만 했다.
골대에 웃고 울은 팀은?
윤빛가람, 골대를 맞춰줘.
올시즌 '골대강타' 최다횟수는 총 14경기에서 15회를 기록한 경남이다. 승률은 60.7%로 높은 편. 그런데 경남은 윤빛가람(21)이 골대를 맞히길 기대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의 슈팅이 골대를 강타한 3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했으니 말이다. 울산도 설기현(32)이 골대불운에 시달린 3경기에서 2승1무의 호성적을 거뒀다. 반면 성남은 조동건(25)의 발끝을 주목해야 할 것 같다. 조동건의 슈팅이 골대에 맞은 3경기에서 팀이 모두 무승부를 거뒀다.
그렇다면 올시즌 골대를 가장 맞힌 선수는? 지난 3일 상주와의 27라운드에서 '골대 해트트릭'을 기록한 이동국(32)이다. 총 6번 하늘을 쳐다봤다. 이동국의 6번의 기회를 모두 골로 연결했다면 22골로 데얀과 득점 공동선두에 올랐을지도 모를 일. 임상협(23·부산)은 6경기서 6회, 아사모아(30·포항)은 5회, 김영후(28·강원)이 4회로 뒤를 이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