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적인 선수로 둔갑한 이동국, K-리그 새 역사 썼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1-10-03 19:02


◇전북 이동국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전북 현대 킬러 이동국(32)은 후배들이 말을 쉽게 붙일 수 없는 스타일이다. 일단 경상도 사나이라 말수가 적다. 다정다감하지 않아 마음이 있어도 의사표현을 잘 안 한다. 어릴 때부터 잘생긴 외모와 빼어난 실력으로 유명세를 탔다. 그래서 결혼 전에는 우쭐한 척 하기도 했다. 공격수라 이기적인 플레이를 했다. 그래서 이동국은 오직 골 넣는데만 집중했다. 그랬던 이동국이 2011년에는 '이타적인 선수'로 둔갑했다. 나이를 먹고 인생에 새로운 면을 보면서 축구의 또다른 재미를 찾아가고 있다.

이동국은 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상주상무를 상대로 의미있는 K-리그 새 기록을 수립했다. 15도움을 기록하면서 96년 라데(포항 공격수), 2003년 에드밀손(전북 공격수)과 함께 갖고 있던 한 시즌 최다 도움(14개) 기록을 뛰어 넘었다. 이 추세라면 이번 시즌 이동국은 처음으로 도움왕 타이틀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도움 2위는 수원의 염기훈으로 11개다. 앞으로 3경기씩 남았다. 염기훈이 경기당 0.44개의 도움을 하고 있어 산술적으로는 이동국을 넘어서기 어렵다. 이동국이 도움왕을 차지하면 또 다른 K-리그 기록이 수립된다. 이동국은 83년 K-리그 출범 이후 그 누구도 오르지 못했던 개인상 4개(MVP, 득점상, 도움상, 신인상) 타이틀을 모두 가져가는 첫 번째 선수가 된다. 이동국은 2009년 전북에서 MVP와 득점상, 98년 친정팀 포항 스틸러스에서 신인상을 받았었다.

이동국은 2년 전 22골로 득점상을 받았지만 도움을 단 1개도 기록하지 못했다. 당시 그는 좌우 윙어 에닝요와 최태욱(서울로 이적)의 도움을 받아 골만 잘 넣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부에선 이동국이 움직임이 좋은 게 아니라 잘 받아먹는다고 의도적으로 깎아내리기까지 했다.

또 일부에선 이동국의 움직임을 갖고 말들이 많았다. 최전방 골대 앞에서만 서 있어 움직임의 폭이 좁다는 것이었다. 최전방과 미드필드를 쉼없이 오가는 루니(맨유) 같은 세계적인 스트라이커들에 비해 국제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그런 평가를 받으면서 이동국은 버텼다. 허정무호의 최종 엔트리(23명)에 뽑혀 남아공월드컵 본선을 다녀왔다. 출전 시간이 적어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후 이동국은 대표팀을 멀리하고 클럽 경기에 집중했다. 자신을 믿고 인정해주는 최강희 전북 감독 그늘에서 K-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경기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렇게 약 9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이동국은 K-리그 27경기에서 16골-15도움을 기록했다. 상주를 5대1로 대파한 소속팀 전북(승점 60)은 K-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고, 아시아챔피언스리그 4강까지 올라 있다. 이동국은 서울 데얀(22골)에 이어 득점 2위, 도움 1위를 달리고 있다. 2009년의 성적을 뛰어넘어 완전히 '회춘 모드'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최근에는 조광래 A대표팀 감독이 이동국을 1년3개월 만에 대표팀에 발탁했다.

이동국은 상주전 후 기자회견에서 "동료들이 골을 잘 넣어주고 있다. 내가 집중견제를 받을 때가 많아 자연스럽게 팀플레이를 하다보니 도움이 많아진 것이다"고 말했다. 동료들에게 골을 넣도록 베풀어주어야 자신도 골찬스를 더 많이 잡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날 이동국은 1도움 뿐 아니라 두 골을 터트렸다. 이동국은 골대를 세 차례나 때려 추가 득점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K-리그 115골을 기록, 우성용(은퇴)이 보유하고 있는 K-리그 통산 최다골(116골) 기록에 한 개차로 근접했다. 두 골 만 추가하면 이번 시즌에 K-리그 대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다. 이동국은 대표팀 차출로 8일로 예정된 수원전 출전이 불가능하다. 또 20일 알 이티하드(사우디아라비아)와의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을 다녀올 경우 22일 대전전 출전도 힘들다. 따라서 이동국은 30일 전남전과 포스트시즌 챔피언결정 1·2차전(전북이 정규리그 1위를 할 경우)에서 기록 경신을 노려야 할 것 같다. 전주=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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