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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 킬러 이동국(32)은 후배들이 말을 쉽게 붙일 수 없는 스타일이다. 일단 경상도 사나이라 말수가 적다. 다정다감하지 않아 마음이 있어도 의사표현을 잘 안 한다. 어릴 때부터 잘생긴 외모와 빼어난 실력으로 유명세를 탔다. 그래서 결혼 전에는 우쭐한 척 하기도 했다. 공격수라 이기적인 플레이를 했다. 그래서 이동국은 오직 골 넣는데만 집중했다. 그랬던 이동국이 2011년에는 '이타적인 선수'로 둔갑했다. 나이를 먹고 인생에 새로운 면을 보면서 축구의 또다른 재미를 찾아가고 있다.
또 일부에선 이동국의 움직임을 갖고 말들이 많았다. 최전방 골대 앞에서만 서 있어 움직임의 폭이 좁다는 것이었다. 최전방과 미드필드를 쉼없이 오가는 루니(맨유) 같은 세계적인 스트라이커들에 비해 국제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그런 평가를 받으면서 이동국은 버텼다. 허정무호의 최종 엔트리(23명)에 뽑혀 남아공월드컵 본선을 다녀왔다. 출전 시간이 적어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후 이동국은 대표팀을 멀리하고 클럽 경기에 집중했다. 자신을 믿고 인정해주는 최강희 전북 감독 그늘에서 K-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경기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렇게 약 9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이동국은 K-리그 27경기에서 16골-15도움을 기록했다. 상주를 5대1로 대파한 소속팀 전북(승점 60)은 K-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고, 아시아챔피언스리그 4강까지 올라 있다. 이동국은 서울 데얀(22골)에 이어 득점 2위, 도움 1위를 달리고 있다. 2009년의 성적을 뛰어넘어 완전히 '회춘 모드'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최근에는 조광래 A대표팀 감독이 이동국을 1년3개월 만에 대표팀에 발탁했다.
이동국은 상주전 후 기자회견에서 "동료들이 골을 잘 넣어주고 있다. 내가 집중견제를 받을 때가 많아 자연스럽게 팀플레이를 하다보니 도움이 많아진 것이다"고 말했다. 동료들에게 골을 넣도록 베풀어주어야 자신도 골찬스를 더 많이 잡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