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인천의 무승 탈출, 누가 이룬 것인가?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1-08-28 15:48


◇인천 유나이티드의 무승 탈출 원동력은 선수들이 흘린 땀과 노력이다. 5월 29일 수원 삼성전에 나선 인천 선수단. 스포츠조선DB

인천 유나이티드는 최근 거센 소용돌이에 휘말렸었다.

거듭되는 부진 속에 팬들이 들고 일어나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20일 강원FC전에서 0대0 무승부에 그치자 경기장 선수 출입구를 막고 '감독 나와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여기까지는 최근 팀 부진에 대한 서운한 감정이 표출된 것으로 이해됐다. 허정무 인천 감독도 이런 팬들을 달래고자 25일 직접 치킨과 맥주를 사들고 서포터스와 만났다. 그러나 소통을 원했던 허 감독의 꿈은 이뤄지지 못했다. 날선 비판과 해명만이 오고 갔다. 당시 행사에 참가한 일부 서포터는 허 감독을 앞에 두고 '감독님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가''왜 맨날 선수 탓만 하느냐' 같은 불만섞인 질문을 서슴지 않았다. 허 감독은 침착하게 상황을 설명하면서 이해를 구했지만, 대화의 장은 찝찝한 뒷맛만 남긴채 마무리 됐다.

이틀 뒤인 27일 인천은 인천월드컵경기장에서 가진 대전 시티즌과의 2011년 K-리그 23라운드에서 2대0 완승을 거뒀다. 전후반 내내 우월한 경기력을 선보인 끝에 10경기 무승(8무2패)의 부진을 씻어냈다. 허 감독은 "다 내가 부족해서 벌어진 일이었는데 무슨 말을 하겠느냐. 선수들이 잘 해줘서 오늘의 승리를 얻을 수 있었다"고 짧게 평했다.

일련의 사태가 인천 선수단에게 자극제가 되지 않았겠느냐는 분석이 있다. 감독이 팬들로부터 전술과 선수 운영 방법에 대한 질타를 받았다는 소식을 들은 선수들 입장에서 긴장을 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대전전에서 대부분의 선수들이 리드 상황에서도 조급한 모습을 드러냈다. 찬스 상황에서 성급하게 마무리를 지으려다가 놓친 찬스가 꽤 많았다. 이날만큼은 승리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고 볼 수 있다. 질타가 약발을 발휘한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들릴 만했다.

그러나 이날 승리는 오로지 허 감독과 선수들의 땀과 노력이 이룬 결정체다. 감독은 비난에도 내색하지 않은 채 팀을 이끌었고, 선수들은 고개숙인 사령탑의 모습을 보면서 한 발 더 뛰려는 노력을 했다. 새벽 특훈을 자청하면서 이를 악 물었다. 결승골의 주인공 정 혁은 "주변에서 들리는 목소리를 알고 있지만, 실력을 보여주면 분명 좋은 결실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모든 선수들의 노력이 이날 승리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대전전 승리로 인천은 자신감을 얻었다. 그러나 앞으로 전북 현대전을 시작으로 포항 스틸러스, 울산 현대, 제주 유나이티드 등 상위권 팀과 만나는 가시밭길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승리가 불투명한 앞날을 가야할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조급한 질책이 아닌 인내와 성원이다.
박상경 기자 kazu11@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