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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에서 애제자로 돌아온 사샤, FA컵 결승으로 이끌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1-08-24 21:36


'돌아온 탕아' 사샤가 24일 FA컵 포항과의 4강전에서 선취골을 넣는 등 만점활약으로 팀에 결승진출을 선물했다. 스포츠조선DB.

애제자에서 원수. 그리고 성남을 FA컵 결승으로 이끈 당당한 캡틴. 사샤가 신태용 성남 감독을 울리고 웃겼다.

사샤는 신 감독에게 애증의 이름이다. 무명에 가까운 사샤를 2009년 데려와 2010년 아시아 올해의 선수로 키웠다. 신 감독은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으며 팀에 헌신하는 사샤에게 K-리그 최초의 외국인 주장 타이틀도 안겨줬다. '애제자' 사샤의 꿈인 유럽행을 위해 바이아웃을 40만달러까지 낮춰주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달 사샤가 FC서울행을 추진하며 모든 것이 틀어졌다. 누구보다 믿었던 제자였던만큼 서운함이 컸다. 신 감독은 사샤의 서울 이적설이 터져 나온 직후 "얼굴도 보기 싫다. (팀을 옮긴다면) 남은 기간 2군에만 머물게 할 계획도 갖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결국 사샤는 이적료에 합의하지 못하고 성남에 잔류했으나, 화를 풀지 않았다. 신 감독은 사샤를 선발로 내보내면서도 "생각같아선 쓰기 싫지만, 구단 사정상 기용할 뿐"이라고 볼멘 소리를 했다.

애정을 보내던 팬들도 등을 돌렸다. 팬들은 사샤가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야유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이에 사샤가 고개를 숙이며 경기장에 걸어나오자 결국 신 감독이 기 살리기에 나섰다. 미우나 고우나 아끼던 제자이기 때문이다. 신 감독은 "사샤가 팬들을 자꾸 피하길래 억지로 인사시켰다. 팬들에게 편지도 쓰고 했더니, 팬심이 많이 누그러진 것 같다"고 했다.

백의종군한 사샤에게 오히려 더 긍정적인 부분도 생겼단다. 신 감독은 "서울 이적 파문전에는 건방진 감이 조금 있었다. 요새는 열심히 한다. 선수들과도 잘 지내며 주장답게 행동하고 있다"며 미소를 보였다. 그렇지만 사샤 앞에서는 내색하지 않았다. 과거처럼 파이팅 넘치는 경기력으로 보답해주길 원했다.

신 감독의 속내가 사샤에게 전해진 모양이다. 사샤는 24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1년 하나은행 FA컵 포항과의 4강전에서 선제골을 넣으며 팀의 3대0 승리를 이끌었다. 선제골뿐만 아니라 몸을 아끼지 않는 수비로 젊은 선수들을 이끌었다. 성남은 돌아온 '애제자' 사샤의 활약속에 12년만의 FA컵 우승을 바라보게 됐다.


성남=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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