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대표'수비수'된 홍 철 "신태용 감독께 감사하죠"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1-08-24 12:49


홍 철이 대표 수비수로 돌아왔다. 지난 3월 온두라스와의 평가전을 위해 파주NFC에 입소하는 홍 철. 스포츠조선DB.

"신태용 감독께 감사하죠."

대표팀에 뽑힌 선수가 '스승'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시하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홍 철(21·성남)의 감사에는 조금 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자기의 투정을 받아준 신 감독이 아니었더라면 A대표팀 수비수로 발탁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홍 철은 22일 발표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3차 예선 레바논, 쿠웨이트전에 출전할 24명의 엔트리에 포함되었다. 지난 3월 온두라스와의 친선경기 이후 다섯달 만의 발탁이었다. 10일 한-일전 0대3 대패 후 왼쪽 수비에 구멍이 생긴 대표팀은 홍 철을 왼쪽 윙백으로 선택했다. 공격수가 아닌 수비수로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이다.

홍 철은 "발표전에 얘기가 없어 기대를 안했다. 이렇게 다시 뽑힐 줄 몰랐다"며 "원하던 왼쪽 윙백으로 대표에 뽑혀 기쁘다. 내 투정을 받아준 신 감독에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홍 철은 A대표팀 발탁을 위해 신 감독에게 윙백으로 뛰게 해달라고 졸랐다고 했다. 홍 철의 공격력을 아까워하던 신 감독은 제자의 간곡한 부탁에 결국 무너졌다. 윙백 자리를 소화하기 위해 몸싸움과 수비력 강화에 애쓴 모습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올시즌 홍 철은 공격수 기근에 시달리던 성남 사정상 측면 공격수로 활약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성적도 좋았다. K-리그에서 3골이나 넣었다. 올림픽 대표팀에서도 24일 런던올림픽 아시아 2차예선 요르단과의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었다. 공격수로 활약이 계속될수록 홍 철은 불안해졌다. 윙백으로 A대표팀에서 활약하고 싶다는 꿈이 멀어지기 때문이다.

수비수는 공격수보다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어렵다. 그러나 홍 철은 수비에 큰 애착을 갖고 있다. 그는 "공격은 재미없다. 수비가 내 체질에 맞는거 같다"고 했다. 축구에 눈을 뜰 수록 수비가 더욱 매력적인 자리라고 했다. 올림픽 대표팀에서 공격수로 뛸 가능성이 높지 않냐고 물었더니 "일단 감독의 지시에 따르지만, 윙백 자리를 따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보였다.

성남 소속으로 유일하게 대표팀에 뽑힌 홍 철은 신 감독과 동료 선수들에게 "건방 떤다", "모자란 놈이 대표팀에 간다"는 놀림섞인 축하를 받았다. 홍 철은 "그래도 기분이 좋다. 대표팀은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자리다. 이번 발탁이 일회성으로 하지 않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원하는 수비수로 대표팀에 합류한 홍 철. 진짜 수비수 홍 철의 '포스트 이영표' 도전기는 지금부터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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