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인천 팬 폭발에 허정무 "책임 통감한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1-08-21 14:20 | 최종수정 2011-08-21 14:22


◇허정무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 스포츠조선DB

"경기 내용과 결과 모두 좋지 않았습니다. 책임을 통감합니다."

허정무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56)의 목소리는 무거웠다. 강원FC전 결과에 대해 팬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거듭했다.

인천은 20일 인천월드컵경기장에서 가진 강원과의 2011년 K-리그 22라운드에서 0대0으로 비겼다. 전체적인 경기 내용에서 밀렸다. 강원이 찬스만 제대로 살렸다면 인천이 져도 이상할 것이 없는 경기였다. 이날까지 인천은 10경기 연속 무승(8무2패)에 시달리고 있다. 한때 6강 진입을 목표로 했지만, 추락을 거듭했다.

참다 못한 인천 서포터스가 들고 일어났다. 강원전이 끝난 뒤 선수단 출입구로 몰려가 '허정무 나와라'등의 구호를 외치며 면담을 요구했다. 부진의 끝을 모르는 성적과 강원전에서 보였던 선수들의 무기력한 경기력을 질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허 감독과 서포터스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허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을 마치고 너무 속이 상해 감독실에 앉아 생각을 좀 하다가 경기장을 나왔다. 팬들이 대화를 원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는데,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줄은 몰랐다. 직접 만나뵙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올 시즌의 인천은 알다가도 모를 팀이 됐다. FC서울, 수원 삼성과 같은 강팀에게는 끈질긴 경기로 애를 먹였다. 하지만, 쉽게 승점을 딸 수 있을 것 같았던 약팀을 상대로는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핵심 공격수였던 유병수가 빠진데 이어 베테랑 미드필더 전재호가 부상을 당해 전력에서 이탈하는 악재가 있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경기 운영에 대한 경험 부족에 있다. 허 감독은 "선수들이 약팀을 만나면 이기려는 생겄터 하는데 그게 부담이 되는 것 같다"면서 "그래도 결국은 선수들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내 책임이 크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결국은 핑계 밖에 되지 않는다. 팬들이 원하는 결과를 내놓지 못해 죄송할 따름"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허 감독은 남은 8경기에서 반드시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비가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고 하지 않느냐"면서 "언젠가 닥치는 시련을 넘어서야 좋은 팀이 된다. 인천도 한계를 뛰어 넘는 과정이다. 코칭스태프와 선수 모두 노력하고 있으니 좀 더 지켜봐달라"고 응원을 당부했다.
박상경 기자 kazu11@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