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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내용과 결과 모두 좋지 않았습니다. 책임을 통감합니다."
참다 못한 인천 서포터스가 들고 일어났다. 강원전이 끝난 뒤 선수단 출입구로 몰려가 '허정무 나와라'등의 구호를 외치며 면담을 요구했다. 부진의 끝을 모르는 성적과 강원전에서 보였던 선수들의 무기력한 경기력을 질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허 감독과 서포터스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허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을 마치고 너무 속이 상해 감독실에 앉아 생각을 좀 하다가 경기장을 나왔다. 팬들이 대화를 원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는데,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줄은 몰랐다. 직접 만나뵙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올 시즌의 인천은 알다가도 모를 팀이 됐다. FC서울, 수원 삼성과 같은 강팀에게는 끈질긴 경기로 애를 먹였다. 하지만, 쉽게 승점을 딸 수 있을 것 같았던 약팀을 상대로는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핵심 공격수였던 유병수가 빠진데 이어 베테랑 미드필더 전재호가 부상을 당해 전력에서 이탈하는 악재가 있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경기 운영에 대한 경험 부족에 있다. 허 감독은 "선수들이 약팀을 만나면 이기려는 생겄터 하는데 그게 부담이 되는 것 같다"면서 "그래도 결국은 선수들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내 책임이 크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결국은 핑계 밖에 되지 않는다. 팬들이 원하는 결과를 내놓지 못해 죄송할 따름"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허 감독은 남은 8경기에서 반드시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비가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고 하지 않느냐"면서 "언젠가 닥치는 시련을 넘어서야 좋은 팀이 된다. 인천도 한계를 뛰어 넘는 과정이다. 코칭스태프와 선수 모두 노력하고 있으니 좀 더 지켜봐달라"고 응원을 당부했다.
박상경 기자 kazu11@sportschosun.com